언제부터인가 주변에서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사라졌다.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바로 컴퓨터 앞이다. 실제로 한글도 깨우치지 못한 상당수 어린이들이 어른 못지않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유아들이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그래픽으로 구성된 것들이어서 특별한 사용법을 몰라도 마우스만 조작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에 빠져드는 연령대가 점점 더 낮아지면서 그에 따른 문제도 커져 간다.

3~5세 유아 가운데 50%가 인터넷 사용
경기도 수원시 율전동에 사는 정미숙(36) 주부는 틈만 나면 인터넷 게임을 하려는 여섯 살과 세 살 난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다. 정씨는 처음 인터넷 교육 차원에서 여섯 살 된 아들에게 몇 가지 게임을 가르쳐주었다. 주변에서 모두 인터넷을 하니 접하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게임을 못하게 하면 아이들이 자꾸만 억지를 부리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제재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큰아이가 인터넷 게임을 하니 세 살밖에 안 된 동생도 컴퓨터 옆에 붙어서 형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오랫동안 자리를 뜨질 않는다.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이수현(32) 주부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다섯 살짜리 자녀를 둔 이씨는 컴퓨터 앞에 앉으면 보통 3시간 넘게 인터넷을 하는 아이 때문에 사용하던 인터넷 통신을 중지시켰을 정도다. 그러나 이씨는 “컴퓨터를 볼 때마다 인터넷 게임을 생각하는 아들을 보면 큰 효과는 없는 것 같다”면서 “요즘은 시계를 아이 앞에 갖다 놓고 시간이 되면 무조건 컴퓨터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보니 집에선 날마다 아이와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에서만 인터넷을 접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다섯 살 된 미수(가명)는 오후 3시에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컴퓨터 앞으로 달려간다. 혼자서 컴퓨터를 켜고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리고 능숙하게 마우스를 조작해 인터넷 게임을 즐긴다. 미수가 컴퓨터를 더 잘하게 된 것은 어린이집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집에서 가끔 인터넷 동화를 들려주기는 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루더군요. 알고 보니 어린이집 프로그램 중 인터넷 활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미수가 다니는 어린이집 아이들 대부분이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안다. 어머니 김 모씨는 지나친 인터넷 사용으로 아이의 성장에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사례는 일부 어린이에게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06년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7천76가구, 1만8천6백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만 6세 이상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이 72.8%에 달했다. 이 가운데 3~5세 유아의 인터넷 이용률은 무려 47.9%다. 만 5세의 경우는 인터넷 이용률이 64.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3~5세 유아 2명 중 1명은 거의 매일 컴퓨터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3~5세의 어린이들은 평균 3.2세에 처음 인터넷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신체적·정서적 성장에 악영향
유아들의 잦은 인터넷 사용은 아이들의 교육 및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들의 컴퓨터 중독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학부모정보감시단 김성심 연수부장은 “3~5세 아이들은 타인과 접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생활을 배우는데 인터넷에 빠져 집 안에만 있다 보면 다른 사람과 접촉이 줄어들어 무엇보다 언어 능력이나 사회성 발달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한다.

게다가 지나친 인터넷 사용은 아이들의 신체적인 성장에도 문제를 발생시킨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는 그 연령에 필요한 놀이 활동이 따로 있다. 대근육과 소근육을 키우는 활동을 통해 신체를 발달시켜야 하는 것. 하지만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만 하게 되면 그 시기에 성장해야 할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하는 것은 대부분 게임이다. 문제는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이 경험하는 그 어떤 것보다 자극적이라는 점이다. 인터넷 중독 예방 교육 전문가인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어릴 적부터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다 보면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도 그만큼의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단 5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기 쉽다”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더 나아가 자극에 대한 내성이 길러져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포털 사이트의 어린이 전용 사이트에서 플래시 게임을 하고 있으면 ‘애들 게임인데 뭐 어때’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같은 게임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곧 시시해져 더 강한 자극을 주는 게임을 찾게 된다. 처음에는 막대기로 달팽이를 잡는 게임으로 시작하지만 막대기가 칼로 바뀌고, 급기야는 사람을 향해 총을 쏘고 피가 튀는 게임으로 옮겨가게 된다.

유아들의 컴퓨터 중독이 심각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는데도 아직 이에 대한 부모나 우리 사회의 경각심은 낮은 수준이다. 주말이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아빠, 거의 인터넷 쇼핑 중독이라고 일컬을 만한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도 따라 배우게 된다.

인터넷의 뛰어난 학습 효과는 글쎄…
부모들이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을 특별히 제재하지 않는 이유는 컴퓨터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컴퓨터를 통한 학습 효과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는 반응이다.

사실 유아들이 접하는 사이트 중에는 아이들에게 유용하다고 하는 수학, 한글, 동요와 같은 유아 교육 프로그램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교재로서 컴퓨터는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를 통해서 각종 교육 콘텐츠를 제공받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는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교육 전문 업체인 ‘이루다’의 현순영 원장은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들을 만나면 인터넷 학습에 길든 아이를 가르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고 전한다. 다양한 콘텐츠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부정적인 면도 만만치 않다는 것. 아이들이 너무 많은 자극에 노출돼 있어 웬만한 교재로는 동기 유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아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한글 프로그램에도 부정적이다. 언어는 컴퓨터가 아닌 다른 사람(엄마)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시청각 교육이라고 해서 보여지는 교훈적인 내용이 진짜 교사가 말해주는 것보다 더 설득력 있고, 콘텐츠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현실의 엄마, 아빠보다 훨씬 친밀감을 준다면 아이는 당연히 컴퓨터에 집요함을 보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컴퓨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독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컴퓨터를 할 때 부모가 옆에 있어야
그렇다면 아이가 몇 살 때부터 컴퓨터를 접하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일부에선 인터넷 사용은 되도록 늦출 수 있을 만큼 늦추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3~4세만 돼도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 아이들 정서와 지능 발달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는 다양한 사물과 현상을 탐색할 기회를 놓치고 사회성 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유치원에 들어간 후 혹은 초등학교 입학 1년 전쯤 아이가 원할 경우 인터넷 사용을 허락하는 게 좋다. 청소년 위원회 김성벽 팀장은 “인터넷 중독으로 병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중·고생 대부분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컴퓨터를 시작한 경우였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컴퓨터와 억지로 떼어놓기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땐 무조건 아이의 인터넷 사용을 저지하기보다는 먼저 또래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 뒤 아이가 인터넷을 하고 싶어 할 때는 부모가 항상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컴퓨터를 ‘아이 돌보기용’으로 활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많은 부모가 자기 시간을 갖거나 집안일 등을 하기 위해서 아이에게 컴퓨터를 켜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아이가 컴퓨터를 할 때는 반드시 부모가 함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미리 요일과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토요일에 한 시간씩’ 등으로 약속을 정해놓으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컴퓨터는 하고 싶을 때마다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아이가 심심할 때마다 떼를 쓰게 되고 컴퓨터 사용 시간도 점점 늘어나게 된다.

또 아이가 약속한 시간이 끝나면 반드시 아이 손으로 끄도록 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아이에게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만족할 때까지 채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절해 다스리는 것임을 가르칠 수 있다. 컴퓨터를 켤 때는 부모의 동의 아래 켜고, 컴퓨터를 끌 때는 자신의 의지를 동원해서 스스로 끄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도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열 살짜리 큰딸의 컴퓨터 사용시간을 제한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숙제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자녀의 컴퓨터 사용시간을 하루 45분, 주말 1시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유아 때 인터넷 사용 규칙을 지키게 하면 아이는 초등학교에 올라가도 그 규칙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아이가 인터넷 중독에 빠지지 않게 하는 지도법 7
공동의 장소에 컴퓨터를 놓는다_컴퓨터를 거실, 주방 옆 등 공동의 장소에 설치한다. 트인 공간에서 컴퓨터를 하면 감시하지 않아도 언제,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알기 쉽다. 또 아이 역시 독립된 공간에서 컴퓨터를 하게 되면 이용에 제한이 없으므로 더욱 오래 하게 마련이다. 집 안에 컴퓨터가 한 대라도 가족 모두 자주 이용하는 공간인 거실이나 서재로 옮겨놓으면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것이 된다.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활용한다_유아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우연히 충격적인 유해 정보와 마주칠 수 있으니 차단 프로그램은 꼭 설치해야 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www.icec.or.kr), 청소년보호위원회(www.youth.go.kr), 학부모정보(www.cyberparents.or.kr) 등의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 있다.

꼭 필요할 때만 인터넷에 접속한다_인터넷 중독은 단순히 이용 시간이 많은 것을 의미하기보다 습관적으로 늘 켜두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문제.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 온라인에 접속하거나 수시로 전자메일을 열어보는 행동도 중독으로 이어지기 쉬운 습관이다. 꼭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컴퓨터를 이용하게 하고 이용 후엔 반드시 전원을 끄게 하는 것이 좋다.

전문 상담 센터에 자문을 구한다_인터넷 사용 때문에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대화에서 적절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거나 자기 고집만 내세우려 한다면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센터(www.iapc.or.kr)나 소아신경정신과 등을 찾아 상담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좋다.

엄마와 늘 함께한다_아이가 혼자서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안다고 해도 절대 혼자 사용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게임도 같이 하고 교육용 프로그램도 같이 보는 것이 좋다. 초등학생 정도만 돼도 교육 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다른 유해 사이트에 자연스럽게 접속할 수 있다. 특히 유아들은 엄마의 통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해진 시간에만 사용하게 한다_유아기의 학습에 대한 집중력은 고작 30분이다. 그 이상은 계속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부득이 시간이 길어질 때도 한꺼번에 오래 하게 하지 말고 쉬었다가 다시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컴퓨터 앞에서는 절대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에 나쁜 것은 물론 무의미한 인터넷 사용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인터넷 사용은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한다_일단 게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아이라면 무조건 나쁘다고 막기만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게임으로 접근하고 인터넷을 할 때 규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게임을 할 것인지, 어디서 할 것인지,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아이와 함께 의논해서 정하고, 이를 어길 시에 대한 벌칙도 정해 둔다.


부모님이 평가해보세요!
내 아이 인터넷 게임 중독 체크 리스트
(자료·이형초심사상담센터)

※ 각 문항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 0점, ‘별로 그렇지 않다’ 1점, ‘보통이다’ 2점, ‘약간 그렇다’ 3점, ‘매우 그렇다’ 4점을 매긴 뒤 점수를 더한다.
1 게임을 하기 전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 )
2 공부를 하려고 하면 게임 생각이 나서 집중하기 어려워한다. ( )
3 게임 때문에 자주 혼이 난다. ( )
4 게임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현실에서도 그대로 쓴다. ( )
5 게임을 하느라 예전보다 돈을 많이 쓴다. ( )
6 게임을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 )
7 게임을 하는 동안 원하는 만큼 되지 않으면 짜증을 낸다. ( )
8 게임을 하고 나면 머리, 허리 등이 쑤시거나 아프다고 한다. ( )
9 게임 이외의 다른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
10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는 것 같다. ( )
11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새우거나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 )
12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 )
13 게임으로 인해 가족 및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멀어진 것 같다. ( )
14 게임을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 )
15 게임을 하고 난 뒤 성격이 거칠어졌다. ( )

▶ 평가 결과
1) 15점 이하 : 자녀는 인터넷 게임 사용에 자기 통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2) 16~30점 : 인터넷 게임을 평균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입니다.
3) 31~45점 : 인터넷 게임 시간 조절 및 전반적인 생활 관리를 위해 가족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수준입니다.
4) 46점 이상 : 현재 인터넷 게임 과다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분명히 발생하는 수준입니다. 지금 바로 전문가 상담 등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Mini Interview
“바른 습관만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

1. 유아와 어린이들의 컴퓨터와 휴대폰 중독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유아나 어린이들의 중독 문제는 지금 당장의 중독성보다는 성장해가면서 서서히 중독될 잠재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인터넷 게임이나 휴대폰 속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자극의 특징 때문에 그렇다. 자극이 반복되면 시시해지고 무뎌지고 내성이 생겨, 동일한 자극에서 만족을 누리지 못하고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지금 초등학교 4~6학년들의 40% 이상이 총으로 사람을 살상하는 18세 이상 등급의 폭력적인 게임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이 처음 컴퓨터 앞에 앉았을 초등학교 1, 2학년 때에는 막대기를 들고 다니면서 두더지나 달팽이를 잡는 게임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게임으로 옮겨가고, 또 한두 해가 지나면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강한 자극, 짜릿한 스릴을 느껴야만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2. 유아기의 컴퓨터 접근이 왜 문제가 되는가?
갓 태어난 아기는 면역성이 약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7세에 초등학교를 보내는 첫 번째 이유도 그 나이가 되어야 집단생활을 견딜 정도의 면역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임의 강력한 재미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도 전에 그 달콤한 유혹에 우리 아이들을 밀어 넣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부모들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3. 많은 유아 및 아동 교재 그리고 교구들이 컴퓨터 활용과 연계된 경우가 많다
좌뇌를 발달시켜야 할 어린 나이에 우뇌에 자극을 주는 컴퓨터를 통한 학습은 아이에게 치사량의 감기약을 먹이는 만큼이나 어리석은 것이다. 가능한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손으로 직접 만지고,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학습을 충분히 받은 후에 컴퓨터 앞으로 가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지혜로운 선택이다.

4. 정보화 시대, 아이가 컴퓨터에 중독되지 않고 컴퓨터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구분과 구별의 차이와 같다. 구분은 완전히 분리해내는 것이다. 구별은 함께 섞어놓은 상태에서 차이를 알아내는 능력이다. 인터넷 게임으로부터 아이들을 완전히 구분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은 강력한 재미를 생산해내는 상업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충분한 대응력(면역성)을 키울 때까지 가능한 늦출 수 있는 만큼 늦추어서 컴퓨터에 접속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이가 더 이상 구분해낼 수 없는 시점이 되면 좋은 것과 해로운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는 자녀가 컴퓨터를 켜고 있을 때에는 가능한 옆에 앉아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자녀 혼자 컴퓨터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을 키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컴퓨터 사용은 욕망(desire)을 채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필요(need)를 채우기 위한 것임을 스스로 배우도록 도와야 한다. 하고 싶을 때 컴퓨터를 켜서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약속된 시간에 접속해서 약속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전원을 끌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끄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심심하면 제일 먼저 접속 하고 싶은 것이 컴퓨터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 없이 살아가는 훈련, 하고 싶지만 절제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켜야 한다.

5. 어린 시절 바른 놀이가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놀이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혹은 자연과 어울리면서 기쁨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놀이에도 규칙이 있고, 배워야 할 규범이 있다. 아이들은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노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유익을 얻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배우고 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놀이를 위해 부모의 코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획 / 김민정 기자 글 / 이인재(자유기고가) 도움말 / 권장희(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
모델 / 오은수, 이정호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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