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배치표 허와실 알고 활용하라!

“K대 관광학부는 몇 점이 합격 가능권이야?”

“363점이라고 나왔네. 아니 잠깐, 이 배치표에는 377점이라고 돼 있는데?”

“S여대 교육학부는 더해. 여기는 366점인데 다른 데서는 348점이 합격점이라고 나왔어.”

수험생은 헷갈린다. 수능이 끝난 직후 각 입시학원이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합격점을 예상한 대학 배치표에 나와 있는 점수들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대입에서는 1, 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지만 입시학원들의 배치표를 보면 같은 대학이라도 점수가 20점 이상 차이나는 곳도 있다.

믿을 수도, 그렇다고 안 믿을 수도 없는 대학 배치표의 허와 실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아본다.



◆ “차라리 배치표 안 만들고 싶다”

“배치표는 총점으로 당락이 갈렸던 옛 입시제도에서나 쓸 수 있는 것이다. 대학마다 다양한 전형을 실시하는 지금, 배치표 형태의 자료는 입시 참고자료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게 한 입시학원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차라리 배치표를 안 만드는 것이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며 “하지만 학교 교사와 학부모, 수험생들의 성화가 빗발칠 것으로 보여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매년 대학 입시가 끝나면 배치표에 나온 점수와 실제 입학 점수가 맞지 않다며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1, 2점으로 당락이 바뀌는 대입에서 10∼20점 차이가 나는 배치표가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대학 배치표의 신뢰도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낮은 상황이다. 그 이유는 대학마다 진행하는 전형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능 영역의 반영 방법만 해도 언어, 수리, 외국어와 탐구 영역 중 일부 선택과목을 정하는 ‘3+1 영역’이 있는가 하면 언어·수리·외국어만 반영하는 ‘3영역’이 있다. 이 외에도 ‘2+1영역’ ‘2영역’ ‘1+2영역’ 등으로 전형을 한다.

여기에 수리 ‘가’형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영역별로 반영비율을 달리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대학 수와 전형방법 수가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배치표에는 그렇게 상세한 내용까지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특히 많은 대학이 백분위와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표준점수도 아닌 원점수를 기준으로 한 배치표는 효용성이 거의 없다.

전형의 다양화 외에 배치표 자체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학원에서 배치표를 만들 때는 그 학원에 다니는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하는데, 학생들의 가채점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 학원 수강생들의 성적 분포도 문제가 되는데,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OO학원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배치표 점수도 다른 곳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는 말까지 떠돌 정도다.

이렇듯 대학 배치표는 불완전한 정보를 근거로 만들어진 데이터이므로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



◆ 배치표 어떻게 활용할까

그렇다면 당장 배치표를 버리고 다른 정보를 근거로 대학 입시전략을 짜야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각 대학이 전년도 입학생들의 학생부와 수능·논술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배치표는 수험생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진학 참고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치표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우선 배치표를 볼 때 원점수는 절대로 합격 예상점이나 커트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예상점수가 배치표에서 서울대 법대를 갈 수 있는 점수라고 해도 ‘법대를 지원하면 불리할 가능성이 작겠구나’라는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점수와 지원 대학의 합격점을 비교했다면, 다음으로는 영역별 반영비율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이 언어·수리·외국어·탐구 영역을 반영하는 학교라고 해도, 인문계 나군을 기준으로 경희대와 중앙대는 각각 25%씩 반영하는 데 비해 인하대와 한국외대는 언어·외국어는 30%, 수리·탐구는 25%씩 반영한다.

따라서 자신의 점수가 한국외대 합격권에 들어도 반영 비중이 큰 언어와 외국어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면 실제 지원에서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 영역별 가산점이 있는지 확인한다. 경희대 인문계는 외국어 영역에서 2% 가산점을 주며, 한양대 자연계 일부 학과는 물리Ⅱ나 화학Ⅱ 점수를 3% 가산한다. 이처럼 대학에 따라서는 2∼5% 정도 가산점에 의해 당락이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에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논술이나 구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대학이라면 어느 정도 점수 차이가 있어도 대학별 고사에서 만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배치표의 점수가 자신의 점수보다 높다고 해서 섣불리 불리하다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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