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의 피로는 수익률이 씻어줬다. 완벽하게 회복한 건 아니지만 속속 플러스로 돌아서는 중이다. 코스피 지수도 순항 중이다. 낙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공부나 한번 해볼 생각으로 들른 서점에서 구입한 부동산 관련 서적에는 영 손이 가지 않는다.

부동산 책 하나, 시집 하나
과연, 대형 서점에는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이 쌓여 있었다. 하나같이 ‘부동산 투자로 부자 되라’고 말하고 있었다.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들이 책 팔아서 또 돈 버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속표지에는 저자의 동영상 강의 CD도 붙어 있었다. ‘책 쓴 사람들이 강의로 또 돈을 버는구나’ 계속 배알이 꼴렸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해 적절한 투자법을 알려주겠다고 장담하는 책을 한 권 샀다. ‘10년을 준비하는 부동산 투자가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의심이 가시지 않았지만 어쨌든 샀다. 그리고 시집도 한 권 빼들었다. 정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얄팍한 자기 위안으로써.

“지금 난리죠. 저도 남는 시간엔 서점에 가요. 일주일에 한 번은 대형 서점에 가죠. 트렌드를 읽을 수 있으니까요. 굳이 사야 한다기보다는, 그냥 서서 20, 30분 정도만 읽어도 많이 볼 수 있어요.”

대개 이런 책의 수명은 길지 않다. 출판사는 ‘부동산 투자의 정석’을 알려주려고 책을 만드는 게 아니다. 시류에 맞는 내용에 ‘섹시’한 제목을 달아 단기간에 팔아치운다. 오늘 진열된 책이 2주 후엔 자취를 감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책은 두 부류가 있다고 봐요. 기본적인 컨셉트를 정리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당시에 화두가 되는 내용을 판촉용으로 쓴 책도 있습니다. 빨리 써서 단기간에 파는 거죠. 그런 책은 고수나 전문가가 쓰는 책이라기보다는 ‘짜깁기’한 책이 많아요. 전문가의 입장에서, 썩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죠. 오히려 안쪽 서고에 가보면, 과거에 발행된 책 중에 괜찮은 책들이 많아요.”

처음 사본 부동산 투자 지침서는 아직 공들여 읽지 않았다. ‘강북을 주목하라’ ‘한강을 따라 투자하라’는 소제목들은 왠지 내 얘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부동산 정책들을 공부하는 데 바쁜 시간을 쪼개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대략의 컨셉트를 잡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부동산 투자 부문 베스트셀러부터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기껏 구입한 책을 아직도 읽지 않고 있는 건, 아직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70만원씩 하는 펀드 투자가 이제 약 7개월에 접어드는데, 종자돈이 모였을 리 만무하다. 속속 플러스로 접어드는 수익률에 가슴 쓸어내리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정도니까. ‘관심’은 지금부터다.

“부동산 투자는 자금 규모가 크죠. 억 단위 이상의 투자가 주를 이루니까요. 기간도 오래 걸리고, 환금성과 유동성도 펀드에 비해 떨어지죠. 매물이 큰 경우에는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자 비용도 생각해야 하고, 매도했을 경우에는 양도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자 비용까지 계산했을 때 수지타산이 맞는지까지 생각해야 하니까, 우성씨의 부동산 투자는 여유를 갖고 생각해보세요. 일단 종자돈부터 차분하게 마련하시고요(웃음).”

좋든 싫든 한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건 ‘내집 마련 성공기’니까, 투자가치가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부부터 해야 하니까. 하지만 당장은 투자할 여력도, 지식도 없다.

수익률 체크합니다
지난달엔 질렸더랬다. 매일 요동치는 코스피 지수를 검색하는 것도, 환율이니 뉴욕 증시니 신경 쓰는 것도 다 귀찮았더랬다. “세계 증시의 흐름에 동참하는 기분도 쏠쏠하다”고 썼던 게 언젠가 싶었다. 정성기 매니저는 “그게 바로 주식 투자의 피로감”이며, “주가는 그럴 때, 자포자기 했을 때 오른다”고 말했다. 진짜 그랬다.

“우성씨 수익률 어때요? 저는 원금 회복했던 걸요? 남미가 효자예요. 거의 다 올라왔어요. 거의 회복했고, 중국하고 인도는 아직 회복을 못하고 있네요.”

정성기 매니저는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만
-13.74%일 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가 11.54%, 남미는 20%를 넘었다. 정성기 매니저의 포트폴리오는 나와 다르지 않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종목의 펀드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남미의 약진은 주목할 만했다. 17%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재 투자하고 있는 일곱 개 종목의 펀드 중 7개월 동안 17%의 수익률을 낸 것은 남미가 처음이었다. 정성기 매니저의 2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가입 시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9일 코스피는 1,823.70으로 마감했다. 1,500선까지 하락했던 증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마이너스 일색이었던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속속 플러스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의 호조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지금 투자 중인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 펀드는

-20% 가까이 떨어졌다가 3% 정도로 회복됐다. 출시 당시 시장 자금을 모두 흡수하는 괴력을 보였던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 회복은 그에 못 미쳤다. 정성기 매니저는 “인사이트 펀드는 중국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올해 말까지의 주가지수 상승을 2,100~2,300 정도로 예측하되, 1,850~1,950 선에서는 한동안 횡보할 것”이라는 분석도 맞아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은밀한 움직임.

“지금 증권사에는 신규 채용이 많아요. 미래에셋 증권에서도 소매 영업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신규 인원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요. 이것은 회사가 ‘2차 자금 대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시장으로 몰리는 자금을 모두 소화하겠다는 증권사의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10월의 ‘중국펀드 열풍’ 때 인원이 모자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증권사들이 이번엔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증권사로 돈이 몰린다는 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큰 장이 곧 들어선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동산 전망은 조금 다르다.

“부동산이 많이 떴다는 말이 들리는데, 특별히 호재가 있었던 지역의 얘깁니다. 강북의 일부 저평가 지역, 즉 노원, 도봉의 경우죠. 그 지역은 작년 말 대비 1억 가까이 올랐어요. 작게는 5천에서 1억5천까지 올랐죠. 이런 상황에서 다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릴 것 같지는 않아요.”

6월 1일부터 실시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버블세븐’ 지역 고가 주택들의 매매 기류를 냉각시켰다. 참여정부가 실시한 8.31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은 이런 상황, 주식 시장은 활황을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갈지를 예측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사회 현상의 이면을 주목하세요
“아파트로 돈 버는 분들은 아파트로, 토지로 버는 사람은 토지로, 재개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재개발로 벌죠. 지금은 아파트도, 재개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에요. 하지만 하나의 트렌드를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정성기 매니저는 FTA(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의 상황을 가정하고 말을 이었다.

“FTA는 한국 경제를 수출 지향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뜻입니다. 대신 농업을 일정 부분 포기하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경작률이 줄어들고, 축산업도 쇠퇴할 가능성이 있어요. 시장을 내줬으니까,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런 부분의 개발을 유도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어요. 까다로웠던 농지 취득 요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이건 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다. 핵심은 ‘농지에 투자하라’가 아니다. 한국에서 투자로 돈을 벌고 싶다면 ‘사회 현상’에 주목하라는 얘기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서부 개척시대를 생각해보세요. 금광을 찾아서 떠나는 사람이 많아 ‘골드러시(Gold Rush)’라는 말도 생겼죠. 그때 돈을 번 사람들은 금광으로 떠난 사람들이 아닙니다. 청바지 장사였죠. 어떤 현상이 벌어지면, 그 이면에서 법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고 또 돈은 어디로 흘러가느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질기고 때가 타지 않는 청바지는 광부의 작업복이었다. 광산을 향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작업복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뻔한 일이지만, 남들이 다 광산 갈 때 청바지를 만들어 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각의 차이다. 현상을 좇는 사람과 이면에 주목하는 사람의 돈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반사이득을 취할 수 있는 업종을 봐야 합니다. 남들이 다 펀드로 갈 때 같이 펀드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아요. FTA가 체결되면 당장 수출 기업들이 수혜를 보겠지만, 도시인에게는 농지를 개발할 수 있는 정부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것도 예측할 수 있죠.”

재개발 열풍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을 휩쓸었다. 지분 가치 자체가 상승했기 때문에, 시세 차익은 줄어들었다. 투자 대비 비용을 고려하면, ‘썩 나이스한 투자는 아니다’
라는 게 정성기 매니저의 분석이다.

“농지 취득 자유화랄지, 이런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시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죠. 관심을 가져야 해요. 관심이 없는데 갑자기 부자가 되는 경우는 없거든요. 부동산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생각하고 장기투자 하셔야죠. 단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부동산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가 좋으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
부동산, 혹은 펀드로 돈을 벌고 싶다. 여유 자금도 있다. 그러나 공부하긴 싫다. 이런 경우는 대개 “그래서 어디가 좋으냐”고 묻는다. 고수익이 보장된 나라는 어디냐, 재개발 호재가 예상되는 곳은 어디냐. 콕 집어주는 게 속 시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이 얘기는 주식 투자보다 펀드 투자가 안전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던 ‘정우성 기자의 내집 마련 성공기’ 2회 때 이미 언급한 원리다. 핵심은 정보다.

“일반인들이 접하는 정보, 전문가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보에 빠른 사람들은 이미 투자가 끝난 상황에서 일반인들에게 흘러가는 거죠. 개발 호재가 있다고 해도, 전문가들이 이미 이익을 보고 떠난 땅에 일반인들이 몰리게 돼 있습니다.”

‘효율적 시장 이론’은 정보가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전파된다는 가설이다. 정보는 이미 예측치까지 시장에 반영된 이후에 일반에 전달된다는 뜻이다. 오를 만큼 오른 땅을, 오를 만큼 오른 종목을 전문가가 매도할 때 일반인이 산다.

“내가 알았을 때는 이미 시세차익을 낼 수 없다는 겁니다. 2의 100제곱 정도를 거치고 난 뒤에야 정보가 시장에 나온다는 거죠. 책이나 언론, 미디어에 공개되는 정보들이 그렇습니다. 언론의 정보를 접하고 일반인들이 투자를 준비할 때, 전문가들은 이미 시세차익을 다 누리고 빠져나올 궁리를 하고 있는 거죠. 정보가 다 맞는 것도 아닙니다. 기획 부동산은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하죠.”

펀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지수가 1500대 중반에 머물러 있을 때, 정성기 매니저는 “지금 시장에 들어가시는 것도 괜찮다”고 누누이 말했다. 지난 5월 9일의 종합주가지수 1,823.70을 생각해봐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이었다.

“전문가들,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매수 움직임에 들어가 있는 종목들에 실적이 반영되면 주가가 오르는 겁니다. 개미 투자자는 그때 움직입니다.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시장에 들어가는 거죠. 이번에도 보세요, 1,900선 넘어가면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겁니다.”

‘투기’의 허무함에 대하여
그렇다면, 부동산과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전문가가 되라는 얘긴가. 낡은 정보에 일희일비하는 ‘일반인’은 허무하다.

“그래서 어떤 종목을 언제 사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자산 배분의 원칙에서 보면, 타이밍이나 종목은 중요하지 않아요. 수익의 3% 정도를 좌우할 뿐이죠. 그보다는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느냐가 97%의 수익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지금 어디가 좋으냐’고 묻는 말은 ‘투기를 한번 해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장기투자 하셔야죠(웃음).”

여유 자금을 더 불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성급해선 안 된다. 펀드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와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도 중국펀드의 편입 비율은 20% 정도로 제한했던 것처럼, 부동산도 다양한 종목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과 펀드의 편입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부동산 안에도 토지, 상가, 아파트 등이 있는데, 어떤 분야에 투자할 것인가를 생각하시는 게 첫걸음이 돼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보세요. 작년에 8천 하던 아파트가 2년 만에 2억이 됐습니다. 펀드나 변액 보험도 수익을 많이 내지는 못했지만 1년 반 정도에 20~30%의 수익을 냈어요. 부동산에 올인하지도, 펀드에 올인하지도 않았습니다. 부동산에서 수익이 나기도 하고, 많지는 않지만 펀드가 수익을 내주기도 하는 거죠.”

소액투자를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주식보다는 펀드가, 부동산으로 투자할 여력이 있는 경우는 ‘내집’ 혹은 3억 이하의 작은 토지 정도로 분배하는 게 좋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대형투기집단’의 일원이 될 필요는 없다. 자칫, 몸과 마음이 상할 수도 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주석,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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