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온몸으로 맞아봐! 초록빛 ‘건강샤워’

흔히 여름휴가라고 하면 바닷가나 계곡 등 물놀이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즐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과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가볍게 숲 속을 산책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웰빙형 피서로 각광받고 있는 산림욕, 그 효과와 올바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산림욕 3가지 효과
산림욕이란 울창한 숲 속에 들어가 나무의 향내와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면서 일상생활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되찾고 기분을 새롭게 하는 자연건강 요법이다. ‘Green Shower’라는 영문명으로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20세기 초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폐결핵의 유일한 치료법은 숲 속에서 요양하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산림욕은 누구에게나 좋지만 특히 자폐 증세가 있는 어린이나 우울증에 빠진 노인들에게 자신감과 적극성을 갖게 해준다.

산림욕의 주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수목의 생명활동 중 발산되는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유해한 병균을 죽이고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한다. 다음으로 울창한 숲 속의 계곡 물가에 많이 있는 음이온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는 등 문명병을 없애준다. 이와 함께 나무가 울창한 숲 속을 천천히 산보하는 것은 신체리듬을 회복시키고 산소공급을 원활히 하며 반사신경 등 운동신경을 단련시켜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어떤 약리작용이 있나

피톤치드는 ‘식물’이라는 뜻의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치드(cide)’를 합쳐 만든 말로서, 식물이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공기 중의 세균·곰팡이를 죽이고 해충·잡초 등을 방지하는 항균물질이란 뜻이다.
피톤치드는 특정 물질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여러 가지 항균물질의 총칭으로 테르펜을 비롯한 페놀 화합물, 알카로이드 성분, 배당체 등을 포함하는 용어이다. 모든 식물은 저마다 하나 이상의 항균성 물질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피톤치드를 함유하고 있다.

한 실험에서 결핵균 혹은 대장균이 섞여있는 물방울 옆에 상수리나무의 신선한 잎을 놓으니 몇 분 후 이 세균들이 죽어버렸다. 이처럼 피톤치드는 살균작용을 통해 숲의 공기를 세균이 없는 신선한 공기로 살아 숨쉬게 하는 역할을 하며, 이것은 사람에게도 유효하다.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는 “그러나 피톤치드의 항균성은 병원균을 단시간에 죽이는 항생물질처럼 강력한 것은 아니고 일종의 예방적 차원의 세균억제물질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장기적으로 산림욕을 할 경우에만 피부병, 천식, 폐결핵 등에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은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해서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산림욕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테르펜

피톤치드가 주로 식물이 미생물에 대항하기 위한 항균물질인 반면, 테르펜은 피톤치드의 역할도 하면서 식물 자신을 위한 활성물질인 동시에 인체에 흡수되면 피부를 자극해서 신체의 활성을 높이고 피를 잘 돌게 하여 체내분비를 촉진시키는 등의 복합적인 작용을 한다.
또한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심신을 안정시키고 감각계통의 조정 및 정신집중 등의 뇌건강에 좋다.
따라서 우리는 피톤치드만을 호흡하기 위해 산림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테르펜의 다양한 약리작용을 얻기 위해 산림욕을 한다.
물론 피톤치드와 마찬가지로 테르펜의 인체효과나 수목의 약리작용이 의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고 해서 직접적이고 신속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늘 접촉할 기회를 갖는 것이 심신의 건강 유지를 위해 좋다.

▲음이온

숲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로 음이온이 있다.
음이온이 혈액에 작용하면 혈액의 약알칼리화를 진행하면서 서서히 혈액을 정화시킨다. 또한 혈액 중에 면역력 항체를 가진 감마 글로불린이 현저하게 증가하여 면역력이 증가된다. 특히 감각계통의 조정 및 정신집중 등 뇌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작용을 한다.
음이온이 증가하면 인체건강과 문명병 치료에 대단히 유익하다. 음이온은 자율신경을 진정시키고 불면증을 없애며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얼굴색을 아름답게 한다.

▲멘톨

멘톨은 피부나 점막에 접촉되면 시원한 느낌을 주며 기관지 강화와 신경안정, 스트레스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 이 약효는 특히 40대 이후 중년과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욕 100%즐기는 법

피톤치드는 일반적으로 5월과 8월 사이에 온도가 최고로 올라갈 때와 해가 뜨는 오전 6시경에 가장 활발하게 발산되기 때문에, 산림욕은 피톤치드가 충만해 있는 오전 10~12시가 가장 좋다. 되도록 바람이 잔잔한 날이 좋은데 이는 피톤치드가 휘발성 물질이어서 바람이 불면 쉬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산림욕 하기 적당한 장소는 숲 가장자리에서 100m 이상 들어간 산 중턱이 적당하고 활엽수보다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림이 울창한 곳이 더 좋다. 침엽수가 활엽수의 2배, 겨울보다 여름철에 10배 이상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많이 발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몸에 끼지 않는 헐렁한 옷차림이 권장되며 되도록 땀 흡수성이 좋은 면소재에 피부가 많이 드러나는 반팔·반바지 차림이 좋다. 짙은 화장을 하거나 향수를 뿌린 후 숲 속에 들어가면 해충들이 날아들 수 있으니 가급적 맨얼굴로 산림욕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볍게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가끔 심호흡을 하면서 최소 3시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오교수는 “일반적으로 성인은 10㎞, 노인과 아이는 4㎞가 적당하지만, 각자 몸 상태에 따라 땀을 흘리되 약간의 피로감이 들 때까지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하고 “숨이 가쁜 상태는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가끔씩 멈춰 서서 큰 나무를 향해 심호흡을 하면서 휴식을 취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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