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에서 삼합까지 ‘맛의 교향악’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음식은 ‘음악’과 너무도 닮아있다.
인간의 감각기관 가운데 가장 민감한 입과 귀를 만족시키는 것인 만큼, ‘취향’이라는 논리에 의해 그 이면이 감추어지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그 안에 내재된 ‘기본원리’는 놀라울 정도로 상통한다.
음표가 음악이 아니듯 식재료가 곧 음식이 아니고, 화음만이 음악이 아니듯 재료를 모아놓는다고 음식이 아니며, 멜로디와 화성만 나열한 것이 음악이 아니듯 재료를 조리한다고 다 같은 음식이 아니다.
작곡가와 연주자의 직관과 창조력이 배어 있어야 음악적 감동이 배어나오듯, 음식 또한 재배자와 조리사의 정성과 창의력이 녹아있어야 비로소 손님들을 감동시키게 마련이다.
서울에서 16년째 포도나무를 운영하고 있는 해남 출신의 여주인. 많은 단골도 생겼지만 “남도 음식이 왜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으냐”는 비난도 왕왕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꼬드김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음식에 대한 뚜렷한 주관과 건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지금의 맛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 집의 간판스타는 다름 아닌 ‘짱낙탕’이다. 곱게 간 짱뚱어와 머리 부분을 그대로 살려낸 낙지에 들깨, 우거지, 여기에 호박잎을 함께 갈아 뚝배기에 끓여낸 짱낙탕은 ‘힘도 불끈, 맛도 불끈’하는 맛깔난 음식이다.
일광욕을 하는 유일한 생선이자 예전엔 흔하디 흔했던 짱뚱어는 오염이 심해진 요즘 갯벌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전남 강진이나 벌교까지 가야 잡힌다.
짱낙탕 한 그릇에 보통 짱뚱어 서너마리가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갯벌이 오염되면서 한 마리에 2000원씩 하는 비싼 생선이 되버린 탓에, 음식의 맛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포도나무의 주인장은 늘 걱정이 앞선다.
여기에 홍어무침, 묵은김치 ‘지짐’, 말쑥한 숙주나물, 시원한 열무김치와 향기로운 깻잎과 비듬나물, 싱싱한 토하젓, 1년 이상 숙성시킨 갈치속젓, 멸치젓, 씁쓸하니 맛이 제대로 밴 돔베젓, 찹쌀죽을 먹여 쭉쭉 찢은, 그날 담근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생김치 포기….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그득히 고인다.
여기에 숭늉과 막 갈아낸 당근주스까지 올려 한 상을 차려낸다. 이 어찌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린 ‘위대한 교향악’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으리!
식사 후 한 접시 시켜 소주 안주로 삼기에 충분한 삼합도 매력적이다. 적절히 삭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홍어를 중심으로 파김치, 고들빼기, 조선갓, 돌산갓, 묵은 김치 등 다섯 종의 김치가 펼쳐진다. 절대 피해갈 수 없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이밖에도 또 있다. 포를 떠서 계란 흰자 반죽으로 전을 부친 홍어전은 조금 독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는 않지만, 그 한 점이 소주 한 잔을 은근슬쩍 부추긴다.
어느덧 이 집 단골이 됐다는 일본 손님들은 이 집의 맛저장소에 호기심을 느껴 무턱대고 김치냉장고를 능청스럽게 뒤져 보지만, 그 맛의 비밀은 바로 ‘혀는 속일 수 없다’는 주인장의 손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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