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손발이나 엉덩이가 시려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기온이 올라가면 ‘빵빵한’ 냉방 시설이 있는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텐데, 한여름에도 몸이 시려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여성의 냉증과 비만에 숨겨진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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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발이 시리고 하체가 냉하고 추위를 느껴 내원한 40대 중반의 이 모씨. 결혼 전에 날씬하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았어도 보기 좋은 몸이었던 그녀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야금야금 체중이 늘기 시작해 지금은 70kg에 이르렀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둘째 출산 후 하혈을 심하게 한 뒤로 체중이 줄지 않더니 손발과 엉덩이, 허벅지 등 하체 전체가 시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다. 이 증상은 생리 기간이면 한층 심해져 사는 것이 괴로울 정도. 생리통은 갈수록 심해졌고 생리 주기와 생리 양도 불규칙해졌다. 반면 상체에는 심한 열이 나고 몸이 부었다. 기억력은 떨어지고 노안까지 염려되는 지경에 이르자 삶의 의욕이 뚝 떨어졌다.
이런 경우 한방에서는 냉증의 범주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냉증과 비만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통 냉증은 마른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으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주부의 경우 몸이 비만해짐에 따라 냉증도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냉증을 치료하면서 더불어 비만도 해결할 수 있다. 단,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살을 뺄 경우 냉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여성 질환이 있다면 복부를 찬 기운에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약해진 자궁은 하복부를 함으로써 혈액과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한방 치료를 통해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른 맞춤 한약과 함께 기운을 상승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면서 자궁을 따뜻하게 하는 약침 요법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몸에 노폐물이나 독소가 쌓여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경우 청장요법을 시행하면 순환이 잘 되면서 하복부에 온기가 돌아온다. 이렇듯 자궁을 튼튼하게 하는 근본적인 치료를 하면 체중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한여름에도 하체가 시리다고 호소하던 이씨도 이런 치료를 통해 냉증을 해결하고, 이후 체중 감량의 효과까지 봤다.
평소 냉증이 있다면 가급적 꽉 끼는 청바지나 속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 족욕이나 반신욕 등을 꾸준히 하면 하체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신진대사가 좋아져 부기가 해소되고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경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상열하한(上熱下寒 : 위로 열이 올라 어깨가 결리고 뒷목이 당기면서 두통이 오고 얼굴이 불거지는 한편, 하체는 차가워져 냉증, 생리통, 생리불순 등의 문제가 생긴다) 증상이 잦은데, 이를 해소하는 데에도 족욕과 반신욕이 도움이 된다.
■글 정지행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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