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트렌드가 됐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몇몇 기업들도 ‘친환경’을 광고에 싣고 나섰다. 이렇게 떠들썩하니 중요하단 건 알겠는데, 아직 손에 잡히는 얘기는 아니다. 짤막짤막하게 터지는 ‘협박성 이슈’만으로는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레이디경향」은 ‘환경연합’과 함께 아주 시시콜콜한 환경 기사를 만든다. 세련되고 멋들어진 ‘패션’은 잠시 접어두고,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정보로 지구를 끌어안을 생각이다. 이달은 ‘조금 진지한’ 맛보기다.

Intro 세계적인 친환경 열기와 한국
‘제주 해안이 물에 잠기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기사를 읽으면 테러라도 당한 것처럼 겁이 난다. 그러나 그 충격이 오래가진 않는다. ‘지구가 이 지경이 됐다’는 협박에 그친다. 그건 미디어 탓이라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달린 문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고서야, 딴 나라 이야기인 양 치부해버리기 쉬운 게 환경을 둘러싼 담론들이다. 겁은 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아직 어색하다.

하지만 태안에 기름이 쏟아져 내렸을 때, 우리는 작은 기적을 봤다. 태안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쪼그리고 앉아 기름을 걷어냈다. 흡착포를 비롯한 방제 장비는 변변치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자원봉사자는 지난 4월, 2백만 명을 넘어섰다. 이건 영화 ‘추격자’ 관객이 5백만 명을 넘어선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태안이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은, 검은 해안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들 덕분에 아름다울 수 있었다. 환경연합의 황상규 처장은 “시민들의 엄청난 참여 열기는 이제 대중이 실천할 준비가 됐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비극적인 태안 앞바다의 사고는 다시 한번 ‘환경’을 생각하게 만든 계기이기도 하다.

친환경 열기는 세계적이다. 지난해 전 세계 주요 미디어들의 키워드 중 하나는 ‘그린(Green, 친환경)’이었다. 좋든 싫든, 지구인들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협약’ ‘바이오연료’ 같은 단어들에 둘러 싸여 살았다. 미국 언론들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CNN은 지난 10월, 2부작 다큐멘터리 ‘위기에 빠진 지구(Planet in Peril)’를 방송했고, NBC는 지난 11월 둘째 주를 ‘그린 위크’로 잡고 모든 채널을 동원해 1백50시간이 넘도록 환경 관련 콘텐츠를 방송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2012년까지 자신이 거느린 회사의 탄소 배출량을 10%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자기 소유의 폭스미디어 소속 주요 방송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후 보호 관련 메시지를 노출시키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여기까지는 현상이고 궁금한 것은 이유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라는데, 대체 지구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얼마나 위험한 걸까? 외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는데, 한국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지구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환경을 살리는 데 공헌할 수 있을까?

「레이디경향」은 환경연합과 함께 알아보기로 했다. 환경연합은 시화호 살리기, 동강 살리기, 새만금 살리기 등 환경 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리드해온 아시아 최대의 환경단체다. 이달 황상규 처장의 인터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보존과 개발 사이, 우리의 환경 인식은
“환경연합은 생태계 보호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시민들의 힘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환경 운동’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먹고사는 문제를 지상 목표로 질주해 온 반세기, ‘환경’은 손에 잡히는 이슈가 아니었다. ‘운동’도 그렇다. ‘사회 참여’라는 말에 과격한 집회나 시위가 먼저 떠오르는 세대라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이슈를 공론화하고, 필요할 때는 논리적인 입장을 확실하게 밝힘으로써 목소리를 내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환경운동의 성격이 넓어졌죠. 쉽고 재미있는, 일상에 도움이 되는 시민들의 건강과 환경권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소통을 활발히 하려는 노력이죠(웃음).”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개발’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했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고도성장했다. 산업 개발과 환경을 동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환경 관련 법안들은 일본을 참조해 만들었다. 법체계 자체는 다른 나라보다 일찍 정비된 편이나 인식이 뒤졌다. 영국의 경우를 보자.

“영국은 왜 사회적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가를 근원부터 체험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는 발전했지만 산업 폐기물이나 대기오염에는 무감각했어요. 그러다 1952년 겨울, ‘런던스모그’로 일주일 동안 1만2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죠.”

런던스모그는 1952년 12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석탄 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일산화탄소, 먼지, 아황산가스 등이 지표면에 축적돼 발생한 사건이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날씨가 추워진 12월 4일 목요일 아침, 런던 시민들은 평소처럼 석탄 연료를 뗐다. 굴뚝으로 쏟아져 나온 연기와 아황산가스가 런던에 정체해 있던 안개와 뒤섞였다. 런던 시민들은 안개에 섞인 유해 가스를 피할 재간이 없었다.

사건 발생 후 첫 3주 동안 호흡장애와 질식 등으로 4천 명이 사망했다. 이후 만성 폐 질환으로 8천 명이 추가 사망했다. 일주일 동안의 심한 대기오염으로 총 1만2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는 주로 노인, 어린이, 환자였다. 심폐성 질환은 모든 연령대에서 급증했다.

이듬해 1953년, 영국은 ‘비버위원회’를 설립해 대기오염의 실태와 대책을 조사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비버위원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1956년, 대기오염 청정법이 제정됐다. 가정 난방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온실가스를 규제하고 나섰다.

“환경부에서는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발생량을 2005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산자부는 다르죠. 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더라도 더 개발해야 한다는 거죠. 한국은 그런 상황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올바른가. 행복한가.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가며 대안을 찾아야죠.”

인간은 개구리가 아니니까
“새집증후군, 환경호르몬, 한강에서 검출되는 각종 항생제, 모두 환경과 연관이 있는 문제입니다.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세계 1위예요. 처음에는 진료에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약이 듣지 않는 상황이죠. 항생제를 비롯한 물자의 과도한 사용이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도 마찬가지다. 기후 변화가 중요한 원인이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각종 미생물들이 창궐하고 있다. 산업과 경제 발전 그리고 환경 사이의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됐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는 사실 체감하기 어려운 문젭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사람은, 체온이 1도만 높아져도 정신을 잃을 수 있습니다. 지구도 마찬가지죠. 지금은 지구가 열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릴 때, 머리맡엔 엄마가 있었다. 연신 찬 물수건을 적셔 이마에 얹어주셨다. 그래서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지구도 쉬이 나을 수 없는 감기에 걸린 셈이다. 지구의 체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남극의 빙하도 녹아내린다. 지표가 낮은 땅은 서서히 잠긴다. 물수건을 얹는다고 하루아침에 내릴 열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처방이 아니다. 아들, 딸 머리맡에 물수건을 얹는 심정으로 ‘관심’을 가질 때다.

“찬물에 개구리를 넣어서 가열하면, 물이 끓을 때까지 개구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당장 뛰쳐나오죠. 지구는 서서히 끓고 있는 물입니다. 안에 있으니까 인식을 못하고 있는 거죠. 지구의 역사를 100년 단위로 끊어보면, 최근 100년 새 지구 온도는 급격하게 상승했어요.”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1970년 4월 22일 미국에서 2천만 명의 자연보호론자들이 모여 최초의 대규모 자연보호 캠페인을 전개하고 시위한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시작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바다에서 있었던 기름 유출 사고였다. 사고를 계기로 상원의원 게이로 닐슨이 주창하고 하버드대학생 데니스 헤이즈가 기획하면서 행사가 추진됐다. 미국 전역에서는 해마다 환경 보호와 관리,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지역이나 국가 차원을 넘어 ‘지구 시민’에 호소한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최근에는 ‘차 없는 거리’를 중심으로 지구 주요 도시에서 모든 환경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교에서 배웠던 ‘런던스모그’와 ‘지구의 날’의 유래, ‘지속 가능한 성장’ 같은 말은 건조하다. 딱딱하고 어렵다. 잘 읽히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쓴 이유가 있다.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위치를 알아야 나아갈 방향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5월인데 벌써 한여름 같은 날씨가 이상하게 여겨진다면, 어렸을 때보다 심한 황사 때문에 마스크 없이는 산책조차 할 수 없다면, 가족들과 주말 외식을 나갔는데 오리고기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 가만히 지구를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신문을 통해서든, 인터넷을 통해서든 환경 관련 기사를 접한다면 조금 더 관심 있게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거창한 대의를 실천에 옮기자는 건 아니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부엌에서 세계가 보인다’는 말이 있죠(웃음). 환경은 물론이고 먹을거리, 건강 등의 살림살이, 삶이 시작하는 곳이 부엌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21세기는 환경과 문화 그리고 여성의 시대입니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안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중요해요.”

6월호부터는 ‘기후변화’를 큰 축으로 다양한 환경 이슈들을 다룰 예정이다. 종합주가지수, 부동산 정책, 무한경쟁, 연봉….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우리가 ‘지구 시민’임을 알고 세계의 흐름에 동참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면, 골치 아픈 이슈들은 잠시 잊어도 좋다.

21세기 7대 죄악
로마 교황청은 최근 ‘21세기 대죄악’을 언급했다. 기존의 7대 죄악은 로마시대 그레고리 교황이 정리한 탐식, 탐욕, 나태, 정욕, 교만, 시기, 분노였다. 이는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소개된 후 일반화됐다. 새로 추가된 죄악들은 다음과 같다.

1 환경 파괴
2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과학 실험
3 유전자 조작과 배아줄기세포 연구
4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5 마약 거래 및 복용
6 낙태
7 소아 성애(어린이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도착의 일종)

기존의 7대 죄악은 모두 개인적인 문제다. 개인의 구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신 7대 죄악’은 다분히 사회적인 현상이다. 종교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모른 체할 게 아니라 모두의 문제다. 로마 교황청 지로티 주교는 “새 대죄들은 세계화의 과정에서 동반돼 나타나는 것들”이라며 “과거의 죄악이 개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새로운 죄악들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환경 파괴를 꼽았다.

지구를 구하는 다섯 가지 쉽고 간단한 방법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지만, 평소에는 소홀했던 부분이다. 작은 실천으로 환경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요리할 땐 냄비의 뚜껑을 덮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압력솥이나 찜통을 쓰면 에너지가 70% 정도 절약된다.

세탁기나 식기 세척기는 가득 찼을 때만 사용한다.
만약 반쯤 찼을 때 써야 한다면, 절약 모드로 설정해 사용한다. 물의 온도는 높일 필요가 없다. 요즘 세제는 낮은 온도에서도 잘 녹는다. 옷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건조기를 사용하는 대신 빨랫줄을 사용한다. 날씨가 여의치 않을 때는 실내용 빨래걸이를 사용해서 집 안에서 말린다. 일 년 중 6개월 동안 옷을 자연 건조하면 300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목욕 대신 샤워를 한다.
목욕 대신 샤워를 하면 에너지를 4배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을 최대화하려면 소나기 샤워를 피하고 분무식 샤워기를 쓴다.

걷기, 자전거 타기, 자동차 함께 타기, 대중교통수단 이용 등으로 운전 거리 줄이기
매주 운전 거리를 16km만 줄여도 매년 226kg의 이산화탄소가 감소한다.

현명하게 구매하라
500ml 병 3개보다 1.5L 1개가 생산 당시의 에너지도 적게 들고 쓰레기도 절약된다. 재생 용지로 만든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재생 용지를 만드는 데 드는 70~90%의 에너지가 절약되고 전 세계 삼림 감소도 예방한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사진 제공 / 이성훈, 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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