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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링 사기 위해 용돈 모은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는 정민이(4학년) 엄마
정민이는 요즘 용돈 모으기에 열심이에요. 용돈 외에 가끔 심부름을 하면 심부름값을 주는데 그걸 받기 위해 매일 심부름을 시켜달라며 졸라요. 이달 말까지 꼭 돈을 모아야 한다나요? 대체 왜 돈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여자친구한테 100일 기념 선물을 할 거래요. 대학생들도 아니고 초등학생이 무슨 여자친구에, 기념일까지 챙긴다니,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얘가 왜 이러나’ 싶어서 다른 엄마들한테 물어보니까 요즘에는 초등학생도 이성 교제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여자친구, 남자친구 있는 아이들이 많대요. 정민이가 “100일에는 커플링을 사서 선물하는 날이야”라고 하길래 더 놀랐죠. 학교 앞 팬시점 같은 데서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커플링을 판다고 하던데, 전 아직 못 봐서…. 어른들이 하는 걸 다 하나 봐요. 기념일도 챙기고 방과 후에는 ‘데이트’도 한다고 하던대요. 처음 여자친구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사귀기로 했을 때는 정민이 반 친구들이 ‘한턱내라’고 해서 친한 애들한테는 ‘한턱’도 냈대요. 정민이가 처음에 “나 혜정이랑 사귀기로 했어” 할 때는 그냥 남자애들이 혼자서 그렇게 표현하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얘들 정말 어른 같지 않아요?
사례 2
아이들 이성 교제 때문에 엄마들끼리 싸웠다는 종훈이(2학년) 엄마
며칠 전, 친하게 지내던 은혜 엄마랑 크게 다퉜어요. 우리 종훈이가 얼마 전부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 며칠째 시무룩해서는 밥도 안 먹길래 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말을 안 해서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종훈이 가방에서 이상한 반지를 봤어요. 파란색 두꺼비 모양 반지와 함께 편지가 들어 있었는데, 은혜가 ‘파란 두꺼비는 널 싫어한다는 의미야. 난 너를 정말 싫어해’라고 써서 보낸 거예요. 종훈이가 학교 다녀오면 늘 “짝이 너무 예쁘고 좋다”고 얘기해서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친구 사귀면서 늘 있는 일이라 “친하게 잘 지내라”며 넘어갔죠. 아이에게 물어보니 지난주에 문구점에서 ‘좋아한다’는 의미의 반지를 사서 은혜에게 고백을 했는데 은혜가 자기를 많이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어린아이니까 감정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고 친구끼리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도 생긴다지만, 아이가 너무 상처를 받은 것 같아 속이 상했어요. 싫으면 그냥 “난 너 안 좋아해”라고 말하면 될 걸, ‘정말 싫다’는 두꺼비 반지까지 줄 건 뭐예요? 은혜 엄마한테 “네 딸이 우리 아들에게 너무 심하게 한 거 아니냐”고 얘기하다가 그만 감정이 상해버렸어요.
사례 3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아 남자친구와 메신저를 못하게 감시한다는 다솜이(3학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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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4
처음에 연애는 ‘나쁜’ 아이들만 하는 건 줄 알고 걱정했다는 지수(5학년) 엄마
요즘 우리 아이들 보면 완전 어른들이랑 똑같아요.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두고 친구끼리 경쟁도 하고, 질투도 하고. 저도 처음에는 ‘되바라진’ 애들이나 남자친구 만나고 그러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 지수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기에 덜컥 겁이 났어요. 그런데 지극히 당연한 일이더라고요. 지수 동생 보니까 저학년들도 연애를 한다네요. 깊이 사귄다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지만 않는다면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요. 그런데 너무 어른들 흉내는 안 냈으면 좋겠어요. 100일, 200일이니, 무슨 날이니 이런 거 챙긴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도 안 했으면 해요. 그냥 친한 이성 친구로 서로 자극이 되는 사이로 지내면 좋을 텐데요. 지금 지수 남자친구가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승우라는 아인데요. 겨울방학 때 학교에서 못 만나서 그런지, 아니면 싸웠는지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지수가 몇 날 며칠을 울었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아했나 봐요. 세상이 끝난 것처럼 속상해하는데 어린 나이라 뭐라고 이야기해줘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어요. 다시 사귀게 됐다고 하니 귀엽기도 하고, 좀 어이가 없기도 하구요. 어른들한테 말하듯이 연애 코치를 해줘도 되는 걸까요?
좋아하면 고백하고 커플링도 나눠 껴요. 우리 사귀거든요
머릿속으로 ‘좋아한다’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새빨개지던 시절. 그런 때가 있었다. 공부 잘하는 반장을 남몰래 흠모하던, 짓궂은 짝꿍의 장난이 싫지만은 않았던, 혼자만의 비밀 일기장에 좋아하던 남자 친구들의 이름을 줄 세워 적어보던 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되어서야 그 감정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던 설렘의 시작들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은 훌쩍 커버린 체격만큼 감정도 훌쩍 자랐나 보다. 남녀의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던 요즘 어머니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남자를, 혹은 여자를 알아버렸다. 그저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른 못지않은 연애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도 빨리,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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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의 이성 교제는 더 이상 ‘못된 애들’이나 하는 맹랑한 행동이 아니다. 초등학교 1~6학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0% 정도가 ‘교제하는 이성 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결국 연애 문제도 평범한 우리 아이들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이성과의 교제를 생각하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자신들의 연애를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에게 들킬까봐 숨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성 친구가 있는 것이 자랑거리가 된다. 주변 친구들은 공개적으로 축하를 보낸다. 물론 감정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성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차례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는 무엇보다 대중매체의 영향이 크다. 특히 유행처럼 번졌던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은 TV를 보면서 이성에게 어떻게 표현을 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배워 그대로 적용한다. 인터넷을 통해 이성에 대해 쉽게 학습하는 것도 아이들의 이성 교제가 빨라진 이유다. 또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부분이나 이성 교제에 대한 시선이 밝아진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이성 교제를 나쁘게 보고 무조건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조언한다. 보통 부모들은 ‘아직 어린데 벌써부터 저래도 되는 걸까’ ‘공부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면 아이들의 이성 교제는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이성 교제는 ‘타인과 관계 맺기’에 대한 좋은 연습이 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고, 이성을 이해하며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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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성 교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궁금증들
“‘초딩’들의 연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귀는 친구가 생긴 것 같은데 먼저 말하지도 않고, 물어봐도 “비밀”이라고 말해요. 부모가 함께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더 불안합니다.
- 무조건 추궁을 하는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갖게 하거나 반발심이 들게 해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그치지 마시고 그냥 당분간 내버려두는 편이 좋아요. 그러면서 평소 일상생활 속에서 연관지어 질문을 해보세요. 예를 들어 아침에 아이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을 때 “머리를 예쁘게 묶었네.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이야?”라든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일 때 “오늘 왠지 기분이 우울해 보인다. 엄마도 오늘 아빠 때문에 조금 속상한데, 우리 아들은 무엇 때문에 우울해 보이는 걸까?”와 같은 식으로 물음을 던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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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경우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동성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들이 이성과도 두루두루 친하게 마련입니다. 친화력이 좋고 성격이 활발하기 때문이죠. 또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어른들처럼 연애를 한다고 해도 둘이서만 노는 경우가 드뭅니다. 다른 커플인 친구와 함께 만나죠.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아이의 동성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놀게 하는 등의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단,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인 경우 한 친구하고만 깊이 사귀는 것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좋지 않으므로 부모님이 많은 친구와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아한다는 이성 친구가 너무 자주 바뀌어요. 두루 친해지는 것은 좋지만 감정의 변화가 너무 쉽게 일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 초등학생들 연애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주기’가 짧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기념일이 ‘투투데이’인데 사귄 지 22일째 되는 날을 말해요. 그만큼 교제 기간이 짧기 때문에 22일 정도면 기념할 만한 날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초등학생들은 보통 길어도 5~6개월을 넘기지 않습니다. 같은 반 안에서 여러 번 다른 친구와 사귀는 경우도 흔하죠. 조숙하다고 해도 어린아이들이고 사실 이성과 동성의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예쁜 친구, 멋진 친구, 친해지고 싶은 친구 정도로 생각하는 거죠. 당시에는 굉장히 진지하게 감정을 표현하더라도 감정의 연습 과정인 경우도 많아요. 또 아이들은 진짜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기에 자연스럽게 두시면 됩니다.
다만, 너무 심하다 싶은 경우 “친구를 왜 자주 바꾸니?”라는 말보다는 안정감이 적어서 친구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나 성취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습이 아닌 즐거운 활동을 찾아주세요.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다른 친구를 좋아한다고 하네요. 무척 속상해하는데 상처받을까봐 걱정입니다.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요?
- 우선 혼자 좋아하는 것이라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얘기해주세요. “친구를 사랑하게 됐다니, 정말 멋지다”라며 북돋아주고, 좋아하는 감정 표현을 긍정적으로 솔직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시기에 이성에게 자신의 의사 표현을 명확하게 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또, 마음을 주고 있는 짝꿍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아 힘들어할 때 부모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와 이야기할 때는 아이의 입장과 동일시하는 말하기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실은 엄마도 안 그랬을 것 같지만 그런 적이 있었어. 많이 속상했어. 엄마는 이렇게 해결했는데, 너는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을까?”와 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보세요.
이성 친구를 사귀면서 시간도 많이 뺏기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아요. 무조건 ‘공부에 방해되니까 이성 교제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잘 다독일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 이성 교제를 하면 아무래도 감정 변화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친구를 좋아하고 아끼는 감정을 갖는 것은 좋은 모습인데, 네가 열심히 공부하고 책도 많이 읽는다면 친구가 너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자기 할 일을 집중해서 하는 사람을 짝꿍이 더 좋아할 거야”와 같이 공부와 이성 교제를 엮어서 유도해보세요. 또 이성 교제 외에 재미있어 하는 일들(학습 관련)을 찾아주세요. 아이들은 흥미로운 일이 생기면 금방 집중했던 곳에서 빠져나옵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홍태식 ■ 모델 / 강인동, 김은아 ■취재 도움 / 김정인(도성초등학교 교사), 손문숙(수안초등학교 교사), 도성초등학교 2-1반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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