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거울을 보다 깜짝 놀랐다. 거울 속 자신의 정수리 부근이 훤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여고 시절 삼단 같은 머릿결을 자랑하던 그녀, 그 많던 머리카락은 다 어디로 갔을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인정하기 싫지만 외면할 수 없는 고민, 여성 탈모와 흰머리에 대해 알아보자.

산후 탈모와 다발성 원형 탈모
여성 탈모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출산 후 나타나는 산후 탈모다. 모발은 성장기와 퇴행기, 휴지기의 과정을 거치며 나고 빠지는 것을 반복하는데 임신 중에는 휴지기에도 모발이 빠지지 않는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져 자연스럽게 빠져야 할 모발이 빠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출산 후 호르몬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 임신 중에 빠졌어야 할 모발이 한꺼번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모발이 많이 빠지는 듯 보이지만 원래 빠졌어야 할 모발이 빠지는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산후 탈모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 단, 1년 이상 모발이 계속 빠진다면 탈모를 의심해봐야 한다. 산후 탈모 외에 최근 많이 나타나고 있는 여성 탈모 질환이 다발성 원형 탈모다. 남성 탈모가 주로 이마선 부분에서 시작돼 뒤로 밀려가는 형태라면 여성 탈모는 이마 위의 모발선이 유지되면서 머리 중심부 즉, 정수리 부위의 머리숱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나타난다. 때문에 멀리서 보면 머리숱이 많아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는 정수리의 속살이 들여다보이고 심각한 경우 이러한 원형 탈모가 다발성으로 두피 곳곳에 듬성듬성 나타나게 된다.

가늘어지는 모발, 탈모 초기 증세
모발은 모근에서 가늘게 올라와 자라면서 굵어지고, 나중에는 한 모근에서 두세 가닥이 나는 것이 정상적인 사이클이다. 탈모는 이와 같은 과정이 반대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굵었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평소보다 빠지는 속도가 빨라졌다면 탈모를 의심해봐야 한다.

빠진 머리카락을 당겼을 때 쉽게 끊어진다면 모발에 힘이 없어졌다는 증거다. 손가락으로 두피를 눌러보았을 때 머리뼈가 바로 느껴질 정도로 두피가 얇아지는 현상, 두피가 건조해지거나 가려운 것도 탈모의 전주곡이다. 적당한 양의 피지는 두피를 촉촉하게 만들고 모발도 윤택하게 하는데 두피가 건조해졌다는 것은 모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지 분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머리에 자꾸 노폐물이 쌓이고 두피가 지저분해지는 증상 역시 피지 분비 이상에서 오는 증상이다. 정상인은 보통 하루에 50~1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그보다 많이 빠진다면 탈모가 이미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다이어트와 스트레스가 큰 원인
탈모는 연령대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가장 큰 원인이 유전성 탈모다. 외가 쪽에 대머리가 많거나 어머니의 머리숱이 적을 경우 딸에게 탈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호르몬의 불균형도 여성 탈모의 주요 원인이다.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여성도 남성 호르몬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 호르몬이 더 많기 때문에 탈모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 호르몬의 비율이 떨어지는 경우 상대적으로 남성 호르몬의 비율이 높아지고 탈모가 나타날 수 있는 호르몬 환경이 형성된다. 폐경기 여성에게 탈모가 많은 이유도 이와 같은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이다. 여성 탈모의 경우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부족이나 스트레스, 잦은 파마와 염색 등 후천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예전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며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산후 탈모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직장 여성들의 탈모가 늘어나는 이유도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소화 기능을 약하게 만들어 소화흡수장애를 일으키고 이는 모발 형성을 돕는 비타민과 미네랄, 단백질 등의 영양소 부족으로 이어져 탈모가 발생한다. 탈모가 걱정된다면 인스턴트 음식을 자제하고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 식단으로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두피 마사지와 검은색 음식, 반신욕도 효과적
한방에서는 머리카락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장기를 신장으로 본다. 예로부터 검은색은 신장의 기운을 보강하는 색으로 검은콩과 검은깨 등 검은색 음식이 모발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검은색 음식에는 모발 성장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A가 많은 간, 장어, 녹황색 채소도 추천 식품이다. 손끝으로 머리를 수시로 두드리는 두피 마사지도 좋다.

손끝과 머리끝에 동시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정수리 등 두피 여러 부분을 가볍게 누르면서 좌우로 돌리거나 움직이는 것도 두피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머리는 아침보다 저녁에 감는 것이 좋다.
낮 동안 쌓인 노폐물과 먼지를 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샴푸와 린스는 충분히 헹구고, 물기를 닦아낼 때에는 비비지 말고 수건으로 두드리듯 물기를 제거한다. 드라이어를 사용한다면 뜨거운 바람보다는 찬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 탈모는 두피의 사막화 현상이다. 열이 머리 쪽으로 쏠려서 나무가 말라 죽듯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반신욕이나 족욕을 해 위로 몰린 열을 아래쪽으로 내려주는 방법도 좋다.

멜라닌 색소 저하와 스트레스가 흰머리 만든다
흰머리의 원인은 아직 의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여성은 폐경보다 5~7년 전인 35~42세 전후로 흰머리가 생기는데 이보다 이른 시기에 급속하게 흰머리가 늘었다면 멜라닌 색소와 관계가 있는 몇 가지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탈모와 함께 신장 기능 저하가 흰머리의 원인이 된다. 신장의 기능이 좋지 않으면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재료 중 하나인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단백질 영양 공급이 불균형해지며 흰머리가 생기게 된다. 갑상선 질환도 일반적으로 멜라닌을 생성하는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또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 이상이 생겨도 호르몬 생성에 불균형이 생겨 흰머리가 생길 수 있다.

당뇨병이나 영양실조 등 멜라닌 세포 기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질환도 흰머리와 함께 나타난다. 또 하나 흰머리의 주된 요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늘어나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많아진다. 아드레날린은 모근과 닿아 있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혈관이 수축되면서 영양 공급에 이상이 생기고 멜라닌도 적게 만들어지며 검은 머리 대신 흰머리가 나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 줄수록 흰머리도 준다
탈모와 같이 흰머리를 예방하는 데에도 단백질과 미네랄 등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특히 단백질이 부족하면 멜라닌을 만들어내는 세포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보다는 검은콩이나 두부, 두유 등 식물성 단백질이 더 좋다. 철분과 구리가 많이 든 간, 감자, 호두 등도 좋고 구기자와 녹차, 하수오나 복분자를 차로 만들어 먹는 것도 흰머리 예방에 도움이 된다. 흰머리가 난다고 자꾸 뽑으면 탈모가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흰머리는 뽑지 말고 그 부분을 염색하는 방법을 권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흰머리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강여름(발머스 한의원 청담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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