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엔 문화 관광지가 많다. 그중에서도 남사당패의 예술 혼이 전해지는 안성에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 혼을 펼치고 있다. 안성허브마을, 아트센터마노,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안성맞춤박물관, 남사당전수관 등 동서양의 예술 체험공간은 물론 건강 체험공간까지 있어, 안성을 빼놓고는 경기도의 예술 체험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가 돼버렸다. 알싸한 겨울바람을 뚫고 찾아가볼 만한 공간, 경기도 안성으로 떠나는 여행.

안성의 대표적인 특산품 유기를 만나는 안성맞춤박물관

안성에는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이곳에서 만들어낸 유기가 까다로운 사용자들의 마음에 맞게 잘 만들어졌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지금도 안성을 대표하는 단어로 종종 사용되곤 한다. 구리와 주석이 만나 만들어지는 유기는 신라 초기, 농악기의 일종인 징을 만들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후 통일신라시대에 대대적인 불교 행사가 장려되면서 범종을 만드는 등 많은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유기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스테인리스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그 자리를 모두 유기가 차지했던 것. 딸을 시집보낼 때 혼수로 유기를 장만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유기는 만드는 것도 까다롭다. 금속들을 합금시키는 과정에서 그 비율이 정확하게 섞여야만 깨지지 않는 유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악기를 만들 때는 여럿이 호흡을 맞춰 두드려야만 원하는 크기의 악기가 만들어진다. 누구 하나라도 호흡이 흐트러지면 작업을 마치기 어려웠다고. 이런 까다로움으로 유기는 한때 명맥이 끊길 뻔했다. 다행히 옛것을 소중히 여긴 사람들이 있어 그 맥을 이을 수 있었다. 지금껏 안성에서 유기를 만들고 있는 안성맞춤 유기공방 장인들이 그들이다.

유기를 만드는 방법은 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물과 두드려 만드는 방짜가 있다. 주물은 잔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했고, 방짜는 주발이나 악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공동으로 두드려 작업하는 것은 주로 방짜로 만드는 큰 악기들이다. 지금은 많이 기계화됐지만 옛날 작업 과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안성시 대덕면 중앙대학교 제2캠퍼스 입구에 자리한 안성맞춤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졌다. 유기 전시실, 영상실, 기획 전시실, 농업역사실, 향토사료실, 세미나실, 학예연구실, 수장고 등이 있다.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가면 주 전시실인 유기전시실이 있다. 이곳에는 유기의 역사, 제작 방법별 유기 분류, 유기 제작 과정 모형, 제기·반상기·무구·불기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유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생활 속 유기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공방에서 유기를 만들어내던 장인들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볼 수 있다. 금속을 녹여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드는 성형 과정, 망치로 두드려 모양을 잡는 과정, 겉면을 깎아 모양을 다듬고 반짝이도록 광을 내는 과정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박물관에는 이 밖에도 안성의 다양한 풍물을 만날 수 있는 농업역사관과 향토사료관이 있어 안성의 다양한 특산품과 남사당놀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박물관 1층 한쪽에는 유기로 만든 그림판에 먹물을 발라 한지로 찍어내 보는 판화인출체험장도 있다.

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5백원, 군경 3백원, 미성년자는 무료다. 문의 031-676-4352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복합문화공간 아트센터 마노
안성시 보개면에 자리한 아트센터 마노는 예술가 5명이 모여 지은 건물로 유명하다. 10여 년 전 이곳에 문화공간을 만들며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 주인과 안성의 예술가들이 5년 동안 집을 지었다 허물기를 반복하며 완성한 공간으로, 공간 전체가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공간의 진가는 주차장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엄마, 집이 거꾸로 서 있어요”라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린다. 이곳엔 미술관과 체험공방으로 사용되는 ‘거꾸로 선 집’ 외에 또 하나의 특이한 건물이 있다.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는 ‘옆으로 누운 집’이다. 누워 있는 창문과 땅에 닿아 있는 지붕을 보며 아이들의 고개도 가로누여진다. 지붕 경사면에 유리를 사용해 채광을 좋게 한 것도 눈에 띈다.

공간 전체가 예술 작품인 아트센터 마노의 체험은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안성에 거주하는 금속공예, 목공예, 섬유공예, 도자공예, 유리공예(주중에만 체험 가능) 작가들이 이곳에서 체험공방을 운영한다. 원하는 체험을 고른 후 작가와 함께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완만한 구릉으로 만들어진 정원으로 나가면 또 다른 매력이 다가온다. 정원은 공연이나 영화 상연시 자연스럽게 객석이 되어주는 곳으로 공간 이름인 ‘마노’를 상징하기도 한다. 프랑스어로 넓은 정원을 뜻하는 말이 ‘마노’인 것. 정원 곳곳에 놓인 조각들을 감상하며 언덕을 오르면 그 끝에 작은 연못이 있다. 1백 년 전부터 이곳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흘러 고인 이 연못은 아래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공간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숨어 있는 풍경인 셈.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을 찾으면 물속에서 피어난 연꽃과 옥잠화, 부들 같은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연못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보개산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저녁 무렵 이곳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아름답다.

아트센터 마노의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체험은 예약을 한 뒤 찾아가는 것이 편하다. 체험비는 1만~2만원 선. 문의 031-6767-815, www.mahno.com

안성의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에 2002년 문을 연 대안미술공간 소나무는 작품 전시는 물론이고 작가와의 만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현대미술 체험공간이다. 자연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을 해온 전원길 작가와 천연염색공예가 최예문씨의 작업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는 최예문씨다.

안성에 거주하는 많은 작가들의 교류를 위해 처음 기획한 것은 작가의 아틀리에 방문 체험이었다. 안성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서로의 작업공간을 방문하며 친분을 다지고,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 모임이 발전해 이제는 일반인들이 팀을 이뤄 작가들의 아틀리에를 방문하는 시간을 갖는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접하며 그림 보는 눈을 넓히고, 작가와 함께 그의 화풍을 배우거나 조각을 해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눈으로 보기만 하던 작품을 직접 그려봄으로써 보다 체계적으로 작가의 정신이 녹아 있는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안에도 신진 작가 발굴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작은 갤러리가 있다. 이곳은 안성 거주 작가들과 이곳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의 소통 공간이 되기도 한다.

대안미술공간 소나무는 10명 이상의 그룹 체험 중심으로 운영된다. 벽면 가득히 점·선·면을 이용한 공동 작품 만들기, 낙엽을 이용해 공동 작업하기, 작가의 작품을 소재로 대형 종이벽화 그리기, 안성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 작가와 대화하기 등 모두 공동작업을 필요로 하는 현대미술 이해를 테마로 하기 때문이다.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는다면 갤러리 안에 전시된 안성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마당 곳곳에 놓여 있는 작품들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곳에서 작업하고 있는 전원길 작가의 대형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갤러리만 관람하고 싶다면 반드시 예약을 한 뒤 찾아갈 것.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의 대표 체험 프로그램인 ‘현대미술하고 놀자’는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에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참가비는 재료비를 포함해서 어른 1만원, 어린이 8천원이다. 예약은 필수이며, 일요일은 공간 전체가 문을 닫는다. 문의 031-673-0904, www.sonahmoo.com

허브 향기 가득한 언덕 위 쉼터 안성허브마을
안성시 삼죽면 내강리에 자리한 안성허브마을은 2007년 5월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이다. 34,710㎡(약 1만 평) 규모의 넓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에선 허브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제일 처음 만나는 곳은 허브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보니또펜션이다. 통나무로 지어진 집 안으로 들어서면 허브가든에서 키운 다양한 허브들이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허브 향기를 방 안 가득 채워주는 장치가 되어 있는 게 특징.

펜션 위쪽으로는 다양한 허브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프트리 생활관, 레스토랑, 허브 에스테틱 숍, 연회관, 체험공방, 프라간시아 천연 화장품 공방, 아리아떼 허브농장 등이 순서대로 이어진다. 이 중 어른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곳은 풋 허브 아로마테라피관이다. 저마다 특색 있는 향기를 머금은 허브 차를 마시며, 한방 약재와 허브를 넣은 족욕제에 발을 담그고 누워 피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발을 담그고 누운 아이들이 심심해 할 즈음엔 아이들과 함께 체험공방으로 가면 된다. 체험공방에서는 접시, 컵, 밥그릇, 아로마 향로 등 모양을 갖춘 도자기 위에 세라믹 안료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려 색을 입히고 완성하는 것까지,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포인트! 그러기 위해 엄마, 아빠도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온 가족이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린 뒤 서로의 그림에 대해 해설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엄마들이 좋아하는 공간은 프라간시아 천연 화장품 공방이다. 공방 가득히 만들어진 다양한 화장품과 비누들은 저마다의 기능을 담고 향기를 뿜어낸다. 이곳에선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방부제 없는 화장품은 물론 엄마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 겨울바람에 튼 아빠의 입술을 보호해줄 입술 보호 크림 등 다양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완성된 화장품을 사용할 때는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화장품의 기본 재료들이 모두 천연 재료들이기 때문. 화장품 만들기 체험은 재료 준비를 위해 예약을 한 뒤 찾아가는 것이 좋다. 화장품 공방 뒤로는 겨울철에도 화사한 꽃을 피운 허브들을 만날 수 있는 허브가든이 이어진다.

허브마을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없다. 접시 그림 그리기 등 각종 체험료는 1만~1만7천원이며, 허브 족욕(차 포함) 체험은 1만원, 화장품 만들기 체험료는 1만~2만5천원이다.
문의 031-678-6700, www.thanks-nature.co.kr

여행 정보

◆ 주변 볼거리 ◆
칠장사
신라 선덕여왕 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칠장사는 고려의 고승 혜소국사로 유명해진 곳. 그가 이곳에서 수도를 하던 중, 일곱 명의 도적을 만나게 되고, 혜소국사의 설법과 신기에 감화된 이들은 그와 더불어 도를 얻기에 이르렀다. 절 이름 칠장사(漆長寺)도 지금의 칠장사(七長寺)로 바뀌었다고. 사찰에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의 소재가 되었다. 사찰 경내에는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하는 대웅전을 비롯해 석불입상(보물 제988호), 철당간 등의 문화재들이 있다. 절 입구를 지키고 선 사천왕상도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락부락 무섭게 생긴 사천왕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사찰과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가 아닌 진흙으로 빚어진 사천왕상을 보며, 선조들의 흙을 다루는 기술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공간.

너리굴문화마을
보개면 신장리에 자리한 너리굴문화마을은 20여 년 전 원장 임계두씨가 엄마목장으로 시작했던 것을 1999년 청소년 문화시설로 바꿔 운영하고 있는 문화체험공간이다. 도예공방, 금속공예교실, 풍물놀이반, 자연과학실, 조소공방 등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선 보이는 곳곳마다 작품들이 즐비해 공간을 한 바퀴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미술관 순례를 할 수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 정도다. 참가비는 어른 1만3천원, 어린이 1만2천원 선이다. 택배로 물건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택배비가 별도로 추가된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없으므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즐기려면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문의 031-675-2171, www.culture21.co.kr

◆ 맛집&잠잘 곳 ◆
아트센터마노와 안성허브마을은 이탈리아 음식과 허브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과 펜션을 갖추고 있다.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사거리에 자리한 부대찌개 전문점인 모박사 부대찌개(031-676-1508)도 안성의 맛집이다. 부대찌개에 김치를 넣지 않고 질 좋은 햄과 직영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어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아이들을 위한 바비큐폭립도 준비되어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이며, 쉬는 날은 없다.

◆ 찾아가는 길 ◆
중부고속도로 일죽IC로 나가 안성 방향 38번 국도를 따라간다. 17번 국도와 갈라지는 죽산삼거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곰솔마루식당이 보인다. 그곳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안성허브마을이다. 죽산삼거리에서 17번 국도를 따라가면 칠장사로 이어진다. 허브마을을 나와 안성 방향 38번 국도를 따라가면 보개면 입구에 닿는다. 남사당전수관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아트센터마노와 너리굴문화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38번국도로 되돌아 나와 우회전하면 중앙대학교 안성 캠퍼스가 나타난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안성맞춤박물관이 있다. 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안성경찰서 이정표를 따라가다 경찰서를 지나 미양면으로 이어지는 70번 지방도를 만나면 우회전한다. 안성공고를 지나 구례리 입구에서 좌회전하면 소나무 이정표가 곳곳에 있다. 소나무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38번국도변 모박사 부대찌개 앞에서 평택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경부고속도로 안성IC가 나온다.

기획 / 김민정 기자 글&사진 / 한은희(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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