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지 않아도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는 것들이 있다. 친구, 오래된 사진첩, 어머니, 외갓집. 부암동도 그런 존재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처럼, 언제나 포근하게 맞아주었던 외갓집처럼 부암동은 그곳에 있었다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자하문 터널을 지나면 숨어 있는 부암동이 맑은 얼굴을 드러낸다. 인왕산 기슭에 가만히 내려앉은 부암동은 이제 막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난 화장기 없는 모습이다. 부암동이란 이름은 세검정(洗劍亭) 쪽 길가에 있는 ‘부침바위(付岩)’에서 얻었다. ‘도심 속 시골’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 북악산 길(북악스카이웨이)로 둘러싸여 외부의 발길이 뜸했던 만큼 오래된 집과 골목, 바위와 시내가 예전 모습 그대로 숨 쉬고 있다. 건물들은 아무리 높아도 2층을 넘지 않는다. 구멍가게와 철물점, 동사무소에서 금방이라도 반가운 얼굴을 만날 것만 같다.

청정계곡의 맹꽁이와 도롱뇽이 한참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안 부암동은 이방인들을 맞이한다. 고즈넉한 북악산 산책로를 따라 자리 잡은 기와집과 벽돌집, 멋스러운 갤러리와 카페를 찾아 데이트나 출사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국적 스타일의 카페와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부암동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래도 부암동은 ‘멋스러움’보다는 ‘자연스러움’을 고집한다. 많이 변하지 말기를,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문득 어린 시절 옛집이 떠오르는 그곳, 부암동이다.

부암동의 매력은 골목골목 숨겨져 있는 보물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는 것이다. 보물은 아주 오래된 기와집일 수도 있고 ‘꺄르르’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일 수도 있다. 빠끔히 나를 바라보는 노란색 창문일 수도 있고 졸음에 겨운 고양이 한 마리일 수도 있다.

부암동 가는 길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7016번 버스 타고 자하문 터널을 지나 첫번째 정류장에서 하차. 길 건너서 자하문 터널 위 동사무소까지 도보로 이동한 뒤 동사무소를 정면으로 보고 좌측 길로 150m 정도 올라가다 커피전문점이 나오면 좌회전한다.


글/노정연기자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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