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소구니',서울서 유일하게 횡성축협 한우를 만날 수 있는 식당
대개 음식점에서 한우 고기를 구워 먹을 때 항상 ‘이게 진짜 한우일까?’라는 의문을 갖곤 한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소구니’(대표 황옥선)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횡성축협에서 가져오는 진짜 한우이기 때문이다. 횡성축협에서는 “서울 창동과 새말인터체인지에 있는 횡성한우프라자에서 자체 판매하는 물량 외에는 이마트, 롯데호텔 등에만 납품하고, 음식점 중에서는 ‘소구니’와 여의도 ‘명우관’하고만 직거래를 한다”고 밝혔다. ‘명우관’ 역시 황옥선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횡성한우는 2005년 부산 APEC 총회 공식만찬에 올려진 후 더욱 유명해졌다.
‘소구니’는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에 있는 8㎞짜리 계곡을 가리키는데, 황 대표의 지인이 음식점 이름으로 추천해줬다고 한다. 소구니는 물이 맑고 경관이 아름다워 주말 휴양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횡성축협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고기가 들어오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도축증서와 등급판정 증명서를 카운터 위에 걸어놓는다. 고기는 1+ 등급과 1++ 등급을 받은 것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등급과 정량을 절대로 속이지 않지만 고기 맛은 시기별로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같은 등급이라도 소의 영양상태나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미세한 맛의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문불여일식(百聞不如一食). 먼저 꽃등심(120g·3만9000원)을 맛보았다. 두툼하면서도 마블링(marbling)이 일품인 이곳의 꽃등심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마블링이란 고기 속에 들어 있는 근내지방을 가리킨다. 근내지방은 근육지방 중 1, 2차 근속 사이에 있는 지방을 말하며 ‘상강지방(霜降脂肪)’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붉은 살코기에 지방이 들어 있는 모양이 마치 서리가 내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마블링은 고기의 육질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마블링은 녹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살코기 표면에 막을 형성하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기 때문에 육즙을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 또 살코기보다 밀도가 낮아 꽃등심을 씹을 때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고기를 먹다가 기름기가 느껴지면 명이잎(산마늘잎) 장아찌나 구운 양파로 입 안을 개운하게 해주면 된다. 이곳에서는 달라는 손님에게만 상추를 주고, 대신 명이잎 장아찌를 내오는데 이는 청정지역인 울릉도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특수부위(120g·3만9000원)를 맛보았다. 이는 안창살, 토시살, 살치살로 구성됐는데 씹히는 맛이 다양하고 훌륭했다. 갈비 안쪽에 붙어 있는 안창살은 부드러웠고, 갈비 뒷부분에 붙어 있는 토시살에는 중간중간 힘줄이 들어 있어서 쫄깃쫄깃했다. 또 등심을 덮고 있는 살치살은 불판에 잘 달라붙어 떼어내기가 힘들었지만 씹을수록 입 안으로 퍼지는 맛이 재미있었다.
여기서 고기를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한 팁(tip) 하나. 역시 굽는 방법이 중요하다. 불판에 올린 고기에 육즙이 살짝 올라오면 뒤집는다. 조금 기다리면 다시 즙이 올라오는데 그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두 번째 즙이 올라오면 다시 뒤집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고기가 육즙을 잃고 딱딱해질 수 있다.
불의 세기에는 숯의 품질이 중요한데 소구니에서는 경기도 여주에서 가져온 최상급 참나무숯을 사용한다.
그 밖의 고기 메뉴로는 갈비살(120g·3만9000원), 차돌박이(120g·3만2000원), 편채(3만5000원), 생불고기(140g·2만2000원) 등이 있다. 이곳의 고기는 얼리지 않고 숙성고에 넣어 보관한 것이라 전반적으로 수분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고기 반찬으로는 물김치, 배추보쌈, 호박, 마늘장아찌, 겉절이, 더덕, 양파, 우거지된장 등이 나왔다. 반찬을 내오는 그릇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은 하나 없고 모두 소구니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는 질그릇 이었다. 수저는 놋쇠로 만들었고 물수건은 이곳에서 정성껏 삶는다.
고기를 다 먹은 후에 맛보는 농매국수(5000원)도 별미다. 농매는 녹말의 함경도 사투리. 농매국수는 감자 전분으로 만든 이북식 국수다. 여기에는 차돌박이가 들어가고, 따로 나온 숙주나물무침을 적당히 넣어 간을 맞춘다.
식사로는 갈비탕(1만2000원), 육개장(1만원), 된장찌개(6000원), 전복뚝배기(1만1000원), 전복·산낙지뚝배기(1만6000원), 간장게장(4만원) 등이 있다. 식사용 반찬으로는 배추김치, 총각김치, 젓갈, 나물 등이 나온다. 이곳의 된장찌개에는 명품으로 알려진 ‘메주와 첼리스트 정선농장’의 된장이 사용된다. 천일염을 사용해서 3년 이상 숙성시킨 우리 햇콩으로 담은 재래식 된장이다. 또 소구니에는 자체 수족관이 있어 전복과 낙지를 산 것만 사용하고, 간장게장은 충남 서산에서 가져온다. 와인 애호가를 위해서는 무통까데(6만원), 에스쿠도로호(7만5000원), 켄달잭슨(8만원) 등을 준비했다.
소구니는 정원이 있는 한옥 구조로 되어 있다. 정원에도 테이블 3개가 있어 야외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다. 2층 110석 규모인 이곳에는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방과 4, 10, 20명 등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이 있다. ▒
찾아가는 길 성수대교에서 관세청 사거리를 지나 임페리얼팰리스호텔 건너편 SK주유소를 끼고 우회전한 뒤 30m 정도 내려가면 한옥이 보인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 중간 쉬는 시간은 2시 반~4시 반. 일요일 휴무
주차 발레 파킹
부가세 10% 별도
카드 가능
전화 (02)547-0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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