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맑고 투명한 하늘 아래 무르익는 오곡백과! 자, 이제 곧 추수를 해서 먹을 일만 남았다. 1년 중 가장 먹을거리가 풍성한 요즘, 그런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난다면 낭패가 따로 없다. 소화불량은 일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증상 중 하나. 그렇다고 가볍게 넘길 일만도 아니다. 일상의 가벼운 증상부터 다른 질병의 징후가 되기도 하는 소화불량 A to Z.

사시사철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추수의 계절 가을은 지금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제철 음식들이 더 많은 유혹을 한다.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인 먹는 즐거움. 그런데 이렇게 삶의 재미인 먹는 즐거움을 소화불량으로 망치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C·h·a·p·t·e·r1 듣기만 해도 답답해지는 ‘소화불량’
무기력증

뱃 속 병을 통틀어 소화불량이라 이른다. 위나 장에서 음식물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게 되면 이를 흔히 체했다고 하거나 배탈이 났다고 한다. 증상은 경미한 증상부터 여러 증상이 함께 오는 소화 장애까지 다양하다. 상복부의 불쾌감, 복통, 속쓰림, 구역질과 트림, 설사가 나타난다.

원인으로는 과음, 과식, 신선하지 못한 음식물 섭취, 감염증, 피로를 들 수 있다. 이 또한 단순히 소화 상태가 좋지 않아 생기는 일시적인 기능성 소화불량과 특정 질환의 징후로 나타나는 질환 관련 소화불량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일차적인 소화불량은 원인을 차단하면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흔히 있다는 것. 최근 뚜렷한 원인도 모르는 채 오랫동안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통 원인이 분명치 않은 경우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기능성 위장장애일 수 있다. 신경성(스트레스성) 위염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심인성 요인 외의 원인과 치료법은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일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질환에 의한 소화불량도 소화제를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질병으로 인해 소화가 안 되는 경우라면 소화제에만 의존하기보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화제가 질환의 증상을 완화해주기는 하지만 병을 낫게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화불량이 지속되는 경우 병원을 방문하도록 한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병을 키울 수 있다.

민망한 소화 현상, 방귀와 트림
방귀는 음식물과 함께 삼킨 공기가 장에서 생긴 가스와 함께 배출되는 현상이다. 이때 장에서 생긴 가스는 5% 미만이다. 음식물의 특정 성분이나 소화가 덜된 부분이 대장에 도달, 대장 내에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발효돼 생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냄새가 나는 이유는 대변에 포함된 인돌, 스카톨 등의 성분 때문이며 어떠한 음식물을 섭취했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방귀 중 가스는 소량이기 때문에 크게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오래 참으면 가스가 소장으로 역류, 혈액에 흡수되기 때문에 참지 않는 것이 좋다.

방귀의 양과 횟수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데 대략 하루 평균 15회 정도 방귀를 뀌고 많아야 25회 이내다. 25회 이상 방귀를 뀐다고 해도 그 기간 동안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을 경우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음식물에 따라 방귀 양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분, 콩 식품과 유제품, 양파, 탄산음료 등은 방귀 양을 증가시킨다.

방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갑자기 하복부 불쾌감 등 소화불량 증상과 함께 방귀 횟수가 증가하고 냄새가 심하다면 급성 장염이나 세균성 장염을 의심할 수 있으니 유념하자.

식후 트림은 식사 도중 삼킨 공기가 배출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어느 정도의 트림은 무방하나 위에 부담을 줄 정도로 공기를 삼키는 것은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트림이 나온다면 특정 질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트림 냄새가 유독 심하다면 위암, 위궤양, 십이지궤양일 수 있다. 또 신트림의 경우 위산이 역류해서 생기는 역류성 식도염인지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 유아(乳兒)의 위는 호리병 모양으로 서 있어서 트림이 나오기 쉬운 형태다. 우유를 먹인 후 등을 가볍게 두드려서 트림을 하도록 하는 것은 소화를 돕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C·h·a·p·t·e·r2 이럴 땐 이 질환을 의심하라!

위염
위벽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소화불량과 관련한 여러증상이 모두 나타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흔한 질환이다.

소화궤양
궤양이란 위층이 없어져 일부가 함입되거나 헐은 조직을 말한다. 주 증상은 배 윗부분 중앙의 통증이다. 타는 듯한 통증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박테리아 감염에 의해 주로 나타난다.

위 식도 역류증

흔히 속쓰림을 말한다. 위·식도역류는 소화불량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으로 누구나 한번쯤 겪는 증상이기도 하다. 위산이 위에서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말한다. 각종 위 질환과 함께 임신한 경우 생길 수 있다.
약에 의한 식도염도 있을 수 있는데 약이 식도에 남아 있지 않도록 충분히 물을 마시도록 한다. 만성 속쓰림은 식도염일 수 있다.

이때는 생활 습관을 바꾸도록 한다. 가령 술을 마시고 토할 경우 흔히 ‘속 버린다’고 한다. 이것은 일단 토하면 알코올 흡수를 줄여 속이 편해지겠지만 위와 달리 보호막이 없는 식도가 위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손상돼 역류성 식도염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자주 토하게 되면 위와 식도 사이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 더욱 잘 역류하게 된다.

이 증상은 가슴 중앙의 통증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구분은 특히 50세가 넘은 환자에게 필요한데 가슴에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으로는 심근경색, 협심증이 있다. 체한 것과 같은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위암
배 위쪽에 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이 심하고 식욕이 없으며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식욕 부진으로 체중이 주는 경우가 많다. 보통 중년 이상부터 발병한다.

C·h·a·p·t·e·r3 내 몸의 소화를 도우려면 이렇게 하라!
소화를 돕는 음식과 방해하는 음식
무와 생강, 마늘 등은 다른 음식을 먹을 때 입맛을 돋우어주는 것은 물론 소화를 돕는 아주 유용한 식품이다. 특히 무는 분식의 소화를 돕기 때문에 면과 함께 깍두기, 단무지 등을 먹는것이 좋다. 콩은 소화가 잘 안 되지만, 두부 등 가공을 거친 식품은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소화도 잘 된다. 우유는 사람에 따라 소화가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유산균 발효유는 소화에 도움이 되므로 적당히 먹는다. 조리를 할 때에는 튀기는 것보다 찌거나 삶는 등 소화가 잘 되는 조리법을 택한다.

몸에 좋다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물을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다.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이다.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 위에 무리가 되는 음식물도 삼간다.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과 자극적인 음식은 위에 부담을 준다. 현미나 통보리, 옥수수 같은 섬유질이 많은 식품은 몸에 좋은 식품이지만 소화 작용에는 우등생이 못 된다.
신맛이 강한 과일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속이 쓰리게 하므로 빈속에 먹지 않도록 한다. 식도 막을 자극하는 탄산음료, 너무 찬 음식 역시 금물이다. 위가 쉴 수 있도록 잠자리에 들기 전 음식물 섭취는 자제하도록 하자.

소화제 복용시 주의해야 할 점
소화제에는 위장운동 기능 개선제와 소화효소제가 있다. 이 중 소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소화효소제다. 약국에서 주로 찾게 되는 약이 바로 그것. 그러나 우리 몸에서는 소화 효소가 충분히 분비되기 때문에 따로 먹을 필요는 없다. 굳이 필요할 때는 췌장염에 걸렸을 때이다. 식사 후에 속이 안 좋다면 위장운동 개선제가 적합하다.

너무 자주 소화제를 복용하면 위장의 기능을 저하시켜 더욱 잦은 소화불량을 초래한다. 소화제의 주요 성분인 판크레아틴은 피부 발진, 설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 있는 제산제(위산 과다에 쓰임)는 장기 복용하면 변비, 소화불량을 일으키며 마그네슘이 든 제산제는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생약을 추출한 활명수나 가스명수는 소화효소제는 아니며, 위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일부 있고 위를 자극해 소화력을 높인다.

주의해야 할 것은 제산제와 오렌지주스를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 제산제의 알루미늄 성분이 오렌지주스와 함께 복용할 경우 체내에 그대로 흡수될 수 있다. 이 밖에도 과일주스나 콜라도 위의 산도를 높여 약효를 없애므로 금한다. 우유나 유산균 음료는 함유된 칼슘이 약의 흡수를 막을 수 있으므로 피한다. 식후 미지근한 물과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위장약 중 우리 몸에 위산을 분비하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약이 있다. 이 약을 복용할 경우 위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커피나 콜라, 차, 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과 술을 삼가도록 한다.

Tip ● 생활 속 소화불량 예방법
①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위는 스트레스에 취약해 만성 소화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
② 식후 과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30분~1시간 후에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 좋다.
③ 약물 복용에 주의한다
소염제는 소화 기관에 염증을 일으킨다.
④ 천천히, 꼭꼭, 오랫동안 음식물을 씹도록 한다
타액이 고루 섞이고 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⑤ 규칙적인 생활과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위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
⑥ 적당한 양을 먹는다.
과식은 위에 부담을 준다.
⑦ 식후 바로 잠들지 않도록 한다.
특히 엎드린 자세는 위산이 역류할 수 있다.
⑧ 복부를 조이는 옷 대신 편안한 옷을 입는다
복부를 압박해 장운동을 방해한다.
⑨ 술, 담배, 탄산음료, 커피를 삼간다.
심리적 안정은 줄지 몰라도 효과는 없다.
⑩ 공복에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
우유는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Tip ● 식후에 찾는 기호식품, 그 효과는?
담배 식사를 마친 뒤 바로 담배를 꺼내 무는, 일명 ‘식후땡’을 반드시 지키는 애연가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식후에는 침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때 흡연을 하면 담배의 페릴라르틴(Perillartin)이라는 단맛을 내는 성분이 침에 녹아 더욱 달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 심리적인 안정감으로 소화를 돕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담배의 폐해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오히려 담배에 대한 중독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니코틴은 소화궤양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며 또 자연치유와 약물치료를 방해한다. 여기에 장운동 기능을 떨어뜨려 복통, 복부 팽만감, 변비를 유발한다.

껌 적당히 씹으면 긴장을 완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타액과 위액 분비가 증가해 소화를 도울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껌을 씹으면 소화가 잘 된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껌을 씹지 않는 것이 좋다. 껌을 씹을 때 공기가 유입돼 복부 팽창, 트림이 생기고 방귀가 잦아지는 등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일부 껌은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설사를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장운동을 촉진하는 음료, 약제와 함께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위장 질환이 생길 수 있다니 주의하도록 한다. 충치 예방을 위해 껌을 씹는 시간은 15분~20분 정도가 적당하다.

탄산음료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큰 도움은 안 된다. 탄산음료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트림이 나오게 한다. 과하게 마시면 잦은 트림으로 위식도의 괄약근 기능이 저하돼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수 있다. 식후에 바로 자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자면 위에 부담이 된다.

커피 커피 역시 카페인 등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지만 소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기호식품은 심리적인 안정을 줘 소화를 돕는다.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체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과 반대의 현상인 것이다. 따라서 과하지 않을 정도는 정신 건강을 위해 마시는 것도 괜찮다. 다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소화가 잘 되게 하고 싶다면 소화를 돕는 매실 음료를 마시도록 한다. 탄산음료에 비해 청량감은 떨어질지 모르나 소화도 돕고 건강에 이롭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김찬미(자유기고가) 참고 자료 / 『패밀리닥터 시리즈-소화불량과 궤양」(도서출판 아카데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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