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때맞춰 엔테로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는 뇌수막염이 유행이다. 병명은 생소하지만 고열이나 구토 등의 감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 치료 시기를 놓쳤다가는 자칫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이다. 아직 엔테로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없으므로 외출 후 손 씻기 등을 생활화해야 한다.

뇌수막염 주의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소아전염병표본감시 및 엔테로바이러스 실험실 감시 결과, 바이러스성(무균성) 뇌수막염의 유행이 우려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소아전염병표본감시 결과 5월 말 이후 2주 연속 환자 발생보고가 증가하고, 엔테로바이러스 실험실 감시 결과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초에는 환자 발생 비율이 0.121%를 기록,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의뢰된 환자들 중 바이러스 검출률이 50%를 넘었다고 한다. 특히 5월 말에는 양성률이 60.9%로 확인돼 전국적인 유행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무균성 뇌수막염은 90% 이상이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데 아직까지 예방접종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으므로 개인 위생 강화를 통한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관리 방안이다. 게다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면 진단도 어렵기 때문에 평소 철저한 위생과 건강관리가 요구된다. 아이보다 면역력이 강한 성인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여름, 드라마‘`이산’촬영 도중 쓰러진 한지민은 뇌수막염 정밀검사를 받은 끝에 가슴을 쓸어내렸고 비슷한 시기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미쓰라 진도 뇌수막염으로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감기 증상이 지속되거나 아이가 이유없이 떼쓰고 보챈다면 일단 뇌수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여름철 건강의 복병, 뇌수막염에 대해 알아보자.

Part 1 뇌수막염은 어떤 병?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싸고 있는 막인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뇌 자체에 염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뇌수막염의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세균, 결핵 등이 알려져 있는데 유행하는 뇌수막염의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 일반적으로 여름에 가장 많이 발병하며 특히 3~6세의 어린이에게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1 원인별 구분
1)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무균성 뇌수막염이라고도 한다. 가장 흔하고 증상이 가벼우며 저절로 낫기도 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엔테로바이러스, 볼거리바이러스, 일본뇌염바이러스, 단순포진바이러스 등이 원인이지만 우리나라 여름철에 유행하는 뇌수막염은 대부분(90% 이상) 엔테로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여름과 가을에 주로 발병한다.

2) 세균성 뇌수막염
면역력이 약한 영아기에 많이 발생하고 증세도 심각한 편이며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화농균(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수막구균, 폐렴구균, 대장균 등)이 수막에 침입해 생긴다. 신생아기에는 대장균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고, 신생아기 이후에는 그 밖의 균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3) 결핵성 뇌수막염
결핵성 뇌수막염은 대부분 가족 중에 결핵 환자가 있는 경우가 많고, BCG접종을 받은 아이에게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폐결핵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폐결핵의 유병률과 함께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예방이 가능하고 항결핵제를 투여해 치료도 비교적 쉽다.

2 증상
증상은 원인에 따라 크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초기에는 감기와 같은 증상을 보이고 고열과 전신의 통증을 수반하며,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감기 증세가 계속된다면 뇌수막염을 일단 의심해봐야한다. 초기 증상은 고열과 구토, 두통이 대부분이지만 이 중 단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단순 감기와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3개월 미만의 어린아이는 보채는 증상만 보이기도 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아기가 젖을 마다하거나 보채고 기저귀를 갈아줄 때마다 싫어하며 별안간 큰소리로 울면 우선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가장 많은 증세는 열, 심한 두통, 목이 뻣뻣해지고 밝은 빛을 싫어하는 것, 의식의 혼탁 혹은 혼수상태, 울렁증과 구토 등이며 심한 경우 경련, 의식 장애,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아과 전문의들은 “`원인 모를 고열이 있을 때는 반드시 뇌수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인의 경우는 감기 증세보다 뇌압이 상승되는 뇌막 자극 증상이 조금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뇌막 자극 증상이란 격심한 두통, 목의 강직, 구역질과 구토, 안구 통증, 광선 공포증 등을 들 수 있다.

Tip 뇌수막염 예방 어떻게 할까요?
현재 유행하는 엔테로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없다. 백신으로 모든 뇌수막염 원인균을 예방하기는 어렵지만 심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뇌수막염은 예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MMR 백신 접종이다.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백신은 생후 2·4·6개월에 기초접종을 하고 12~15개월에 추가접종을 한다. 볼거리, 풍진, 홍역 바이러스로 인한 뇌수막염을 예방하는 MMR 백신은 12~15개월에 기초접종을 하고 4~6세에 추가접종을 한다. 일본뇌염 백신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로 인한 심한 뇌염을 예방하며 사(死)백신은 12~23개월에 일주일 간격으로 2회, 1년 뒤와 만 6세, 12세에 추가접종한다.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여름철에 손 씻기와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며 만 5세 미만의 어린이는 뇌수막염의 유행 시기에 가능한 외출을 삼가고 충분한 수분 보충과 영양 보충을 해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다. 유행 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3 진단과 치료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의사에게 진찰과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척수 근처의 뇌척수액을 채취하는 요추천자(腰椎穿刺)로 감염 여부 및 원인 균주를 파악해야 하며 뇌농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이나 MRI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무엇보다도 충분한 휴식이며 평소 면역력 강화를 위한 생활습관 개선과 위생 지도가 필요하다.

1)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치료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경우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7~10일이면 대부분 완치될 정도로 치료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두통 등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약물을 투여한다. 3~7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2~3일간 발열이 지속되는데,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발병했다 하더라도 해열제로 열을 내리고 영양 주사를 보충해주는 등 안정을 취하면 대개 일주일 내에 80~90%는 좋아진다.

2)세균성 뇌수막염의 치료
검사를 통해 세균성 뇌수막염이 확진되면 최소 일주일 이상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로 치료하되, 세균은 특정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맥을 통해 수액, 항간질 약물, 스테로이드 등 적절한 치료약을 투여한다.

3)결핵성 뇌수막염의 치료
결핵성 뇌수막염인 경우 항결핵제를 투여하게 된다. 1년 반 이상 장기 치료를 해야 하는데,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상태가 나빠져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있다.

Part 2 뇌수막염이 부를 수 있는 위험
여름철에 유행하는 엔테로바이러스는 감수성이 높은 6개월에서 5세 사이의 어린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성인도 엔테로바이러스, 볼거리바이러스, 일본뇌염바이러스, 단순포진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뇌수막염에 걸릴 수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23개월 미만에서 많이 발생하며 결핵성 뇌수막염도 역시 영아에서 많이 나타난다. 뇌수막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서 자주 발병되고 전염성 질병이라는 점, 세균성 뇌수막염의 치료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때문이다.

1 합병증과 전염
나이가 어릴수록 초기 증세는 감기와 구분이 어렵고, 방치했을 때 합병증이 올 수 있다.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는 뇌압 상승으로 인한 뇌부종, 혼수상태, 경련, 불충분한 호흡, 수분-전해질 균형의 이상, 흡인 및 질식, 중추신경계와 관계된 심장 및 호흡 정지가 보고되고 있다.

뇌수막염은 전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전염률은 보고되지 않았고, 접촉한 사람의 건강 상태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엔테로바이러스는 호흡기 분비물이나 배설물 등에 의해 감염되며 어린이집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장난감을 빨다가 전염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질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손씻기 지도 등 위생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이 전염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걸리기 쉽다.

2 뇌수막염의 후유증

1) 세균성 뇌수막염의 경우
신생아와 노년층의 뇌수막염은 드물게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청력장애, 만성 경련질환, 수두증, 발달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영아기 이후에도 뇌손상이나 혼수상태, 청력장애, 언어장애, 발달장애, 기억장애가 보고된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으며 완치도 쉽다. 화농균의 일종인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에 대한 백신이 있어서 중증 감염은 예방할 수 있다.

2)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경우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대개 1~2주 이내에 완치되며 특별한 후유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심각한 후유증이 보고된 예도 많은데 일부 신생아실에서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시 사망률이 11%나 되며 다른 집단에 비해 두뇌, 지능, 언어발달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었고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자의 71%는 뇌염, 뇌막염, 소아마비성 운동마비 등의 신경학적 후유증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드물게는 발달장애나 지능저하 등의 후유증도 나타나는데 이는 나이와 뇌막 자극 증상이 나타난 기간, 합병증 유무와 관계가 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일러스트 / 최수연

Mini Interview

Q 뇌수막염이 여름철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현재 유행하는 뇌수막염은 엔테로바이러스인데 바이러스의 특성상 추운 날씨에는 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대개 국내에는 3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9월까지 바이러스가 활동하는데 이 중 7, 8월에 가장 환자가 많습니다. 또 날씨가 따뜻해 어린이들이 여행과 물놀이를 많이 하고, 다른 아이들과 접촉이 많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도 유행이 커지는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Q 뇌수막염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요.
A
바늘을 가지고 뇌척수액을 직접 뽑아내는 것을 요추천자라고 하는데요. 입원해 요추천자를 권하면 보호자들이 두려워서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추천자를 해야 정확한 진단과 정확한 원인균 혹은 원인 바이러스를 알 수 있으며 증상이 호전됩니다. 지금까지 수백 명의 뇌수막염 환자를 진료하면서 요추천자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적은 없습니다만 사실 부작용이 종종 보고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요추천자 전에 안압 측정이나 CT 촬영 등으로 뇌압 상승 여부를 확실히 평가하고 검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Q 뇌수막염을 한번 앓고도 또 걸릴 수 있나요.
A
면역체계라는 것은 어떤 병원체가 침입하였을 때 환자에게 나타나는 전반적인 반응현상, 즉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뜻합니다. 뇌수막염은 건강한 사람은 잘 걸리지 않고 걸리더라도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됩니다. 그러나 영아나 장기간 약물을 복용한 환자, 당뇨, 만성질환, 백혈병, AIDS 등으로 면역이 저하된 환자는 좀 더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장기간의 방어 면역을 인체에서 형성할 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번 뇌수막염에 걸린 사람도 다시 걸릴 수 있으며 그 환자가 면역이 저하된 환자라면 더욱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Q 초기에 감기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A
현재 입원 및 외래 치료를 하고 있는 뇌수막염 환자 대부분이 1~5세이며 고열과 구토 증상으로 병원을 찾습니다. 증상 초기에는 의사인 저도 확진하기는 어려우며 대개 2~3일 정도 지켜본 후 고열과 뇌막 자극 증상이 심해지면 입원해야 합니다. 발병 초기에 감기와 구분할 수 있는 점은 고열이 많이 나고 호흡기 증상보다는 구역질, 구토, 두통, 근육통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두통, 지각과민이 나타나기도 하며 영유아는 심하게 보채는 증상이 있고 사춘기 어린이는 안구통증, 목과 다리의 통증, 광선공포증과 이상한 행동 등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뚜렷이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은 없으므로 조기에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부모나 어린이가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입니다. 어린이에게 원인 모를 고열이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뇌수막염 유행 시기에는 모든 가족이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예방 접종을 했다고 해도 모든 뇌수막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또 어린이가 다니는 유치원, 학원, 학교 등에 현재 뇌수막염이 유행하는지 자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대개 4~5일 입원하면 증상이 호전돼 퇴원하지만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며 2~3주 정도 꾸준히 환자를 지켜봐야 하고 심한 운동 등은 삼가야 합니다.

도움말&인터뷰 / 신선희(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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