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은 몽산포, 만리포, 백사장, 기지포, 꽃지, 샛별, 바람아래 등 수많은 해수욕장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푸른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온 가족이
맨발로 갯벌을 걸으며 조개와 게 등을 관찰할 수 있는 갯벌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름 한 달 동안 열리는 ‘태안 연꽃 축제’를 관람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각기 다른 멋과 특색으로 무장한 태안의 해수욕장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과 석양이 아름다운 충남 태안의 해수욕장들이 6월 중순부터 속속 개장했다. 해안 경사가 완만하고 곱고 하얀 모래가 깔린 해수욕장들은 그 풍광과 모양이 조금씩 달라 방문객들을 더욱 즐겁게 한다. 7월 초 찾은 태안의 해수욕장들은 지난해 말 기름 유출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강원도나 부산의 여느 해수욕장들처럼 얼마 안 있으면 들이닥칠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태안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만리포해수욕장을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바다 안개가 자욱해서 백사장은 물론이고 바다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안개는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도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백사장 포구에서 어시장을 따라 해변 안쪽으로 들어가면 길게 드리워진 수평선이 나온다. 백사장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뒤편으로는 소나무 숲과 고운 모래로 이뤄진 공터가 있어 야영을 즐기기에 알맞다. 백사장해수욕장의 장관은 바닷물이 빠지면 썰물 때 드러나는 은빛 모래다. 간만의 차가 심하지만 경사가 완만해 물놀이하기에 안전하고, 바닷물의 수온이 높아 늦여름까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태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꽃지해수욕장이다. 길이 3.2km, 폭 4백m로 서해안에서 대천해수욕장 다음으로 큰 곳이다. 꽃지해수욕장은 해수면이 잔잔하고 수온이 항상 적당한 온도로 유지돼 해수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또 우거진 송림 덕분에 더욱 정취가 있다. 꽃지해수욕장에는 국가 지정 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된 할미·할아비 바위가 있다. 두 개의 바위 사이로 볼 수 있는 해넘이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로 꼽힌다.

태안 주민들이 가장 아끼는 해수욕장은 샛별과 바람아래해수욕장이다. 샛별해수욕장은 파도에 밀려온 조약돌과 조개껍데기가 아름다움을 전한다. 조약돌로 뒤덮인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닷물은 동해의 바닷물처럼 맑고 깨끗하며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은 편이어서 주변이 조용하다. 바람아래해수욕장은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마냥 좋은, 천국 같은 곳이다.

태안 지역에서는 여름휴가의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7월 말부터 8월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놓고 있다. 7월 25일부터 3일간은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월드 비치 사커 대회’가 열린다. 7월 26일에는 몽산포해수욕장에서 ‘모래 조각 페스티벌’이 열리고, 그 다음날인 7월 27일에는 신두리해수욕장에서 ‘바다 수영 대회’가 개최된다.

지난해 기름 유출 사고가 났을 때 직격탄을 맞은 학암포해수욕장에서도 여름휴가 손님맞이 이벤트를 연다. 8월 중으로 예정돼 있는 ‘학암포 노을 축제’가 그것. 아직 100% 되살아난 건 아니지만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으로 학암포해수욕장은 다시 희망을 품게 됐다.

8월 초, 안면도해수욕장에서는 ‘맛조개잡이’가 열리고, 기지포해수욕장에서는 ‘맨손 물고기잡이’가 마련된다. 아이들과 함께 참가하기에 딱 좋은 이벤트다. 8월 2일 바람아래해수욕장에서 선보일 ‘70·80 포크 음악회’는 한여름 밤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갯벌 & 모래언덕 체험

아이들과 함께 태안을 찾았다면 갯벌의 생태를 배울 수 있는 갯벌 체험을 빠뜨리지 말자. 갯벌 체험은 몽산포해수욕장에서 할 수 있다. 몽산포해수욕장은 태안에서 안면도 방향으로 10여km를 달리면 남면 소재지 조금 못 미친 곳에 있다.

몽산포해수욕장의 가장 큰 특징은 50년 이상 된 넓은 소나무 숲과 완만한 해수면, 달산포에서 청포대로 이어지는 13km의 탁 트인 백사장이다. 양끝이 돌출된 포구(몽산포, 마검포)로 이뤄진 호반형의 해수욕장은 양쪽 포구에서 각종 회와 낙지 등 수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 여름철 물때를 잘 맞추면 소라와 고동을 줍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몽산포해수욕장의 갯벌 체험인 ‘살아 있는 몽산포 갯벌 이야기’는 자연환경안내원이 동행한다. 갯벌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갯벌에 사는 게와 조개, 말미잘 등 다양한 해양 생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바위나 돌에 붙어사는 암반 생물도 관찰할 수 있다. 말미잘 같은 연약한 생물들이 모여 사는 조수 웅덩이도 볼 수 있다. 갯벌 체험은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몽산포해수욕장의 갯벌 체험이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라면, 기지포해수욕장의 모래언덕(사구) 체험은 어른들을 위한 이벤트라 할 만하다. 물론 갯벌 체험과 모래언덕 체험 모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다만 갯벌 체험은 아이들이, 모래언덕 체험은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기지포해수욕장에 들어서면 울창한 소나무 숲과 넓은 해변이 반긴다. 각종 CF나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로 사용되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뒤편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는 데다 오솔길이 있어 저녁 무렵 낙조를 보면서 산책하기 좋다. 백사장의 모래가 단단해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산책해도 발이 빠지지 않는다.

모래언덕 복원이 잘된 곳으로도 널리 알려진 기지포해수욕장에서는 ‘모래언덕이 늘어났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해안의 모래언덕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는 시간이다. 사구 관찰로를 거닐며 사구 식물을 관찰하고, 모래포집기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2002년부터 시작된 모래포집기는 해안선을 따라 ‘W’ 모양으로 대나무를 설치해 모래가 쌓이도록 한 것이다. 기지포해수욕장의 사구가 없었다면 해일이 심하게 발생하고, 사구 동식물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해안국립공원인 몽산포해수욕장과 기지포해수욕장은 원칙적으로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다. 하지만 성수기에는 한 달 동안 야영과 취사가 가능하니 참고할 것.

그 외에 연포해수욕장에서도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연포해수욕장은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해 뜨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안흥유람선을 타고 해안선을 따라 관광할 수 있는 곳이다. 학암포해수욕장의 자연관찰로도 볼 만하다.

갯벌 체험이나 모래 언덕 체험을 하고 싶으면 태안해안국립공원 탐방시설팀으로 전화를 해서 미리 신청해야 한다. 특히 갯벌 체험은 물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최소 2주 전에는 신청해야 한다. 문의 태안해안국립공원 탐방시설팀 041-672-9738

연꽃을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 청산수목원

태안 여행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청산수목원 방문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열리는 청산수목원의 ‘태안 연꽃 축제’는 이미 태안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7월 18일부터 8월 24일까지 연꽃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태안군 남면 신장1리에 자리한 청산수목원은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로 빠져 태안에서 안면도 방향으로 가다 몽산포해수욕장에 도착하기 전 3km 지점에 있다. 1990년부터 조성된 이곳은 연꽃 마을이다. 연꽃 및 수련 2백여 종과 수생식물 40여 종, 수목 1백여 종을 볼 수 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청순함과 고귀한 자태를 보이는 식물로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청산수목원에 있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2백여 종의 우아한 연꽃과 수련은 일상에 지친 방문객들의 심신을 정화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청산수목원을 찾았다면 먼저 연꽃문화관과 연꽃홍보관을 둘러봄으로써 연꽃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게 좋겠다. 그다음 연꽃을 직접 보기 위해 산책을 나가자. 연꽃만 보는 데는 30~40분 정도면 된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산책 중간중간 쉬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리니 넉넉하게 1시간을 잡자. 연꽃 외에 수목원까지 둘러보려면 소요 시간을 2시간 정도로 잡아 여유롭게 산책하는 게 좋다.

청산수목원에서는 연이 들어간 음식을 판매하기도 한다. 연잎차, 연부침, 연아이스크림, 연꽃비빔밥 등이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에는 당일 채취한 연만을 사용한다. 연의 향이 진하지 않기 때문에 먹었을 때 이상한 느낌은 없다. 연을 갈아 넣어 만든 연아이스크림은 시원하고 상큼해서 이곳의 최고 인기 메뉴다. 갖가지 해산물과 채소, 연잎 간 것을 넣어 만든 연부침은 느끼하지 않아서 찾는 이들이 많다.

청산수목원 관람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인데, 가능하다면 일찍 방문하는 게 좋다. 연꽃은 새벽에 핀 뒤 오후 2시경이 되면 다 오므라들기 때문. 게다가 한낮에 오면 너무 더워서 산책하기 힘들 수 있으므로 조금 서두르자. 오전 8시에서 오전 10시 사이가 청산수목원을 관람하는 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활짝 핀 연꽃도 볼 수 있고 볕도 뜨겁지 않으니 말이다. 문의 청산수목원 041-675-0656, cheongsan.org

여행 정보

서산 마애삼존불상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있는 백제 말기의 화강석 불상.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84호로 지정됐다. 높이는 본존여래상 2.8m, 보살입상 1.7m, 반가사유상 1.66m이다. 운산면 가야산 계곡의 층암절벽에 거대한 본존여래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보살입상, 왼쪽에는 반가사유상이 조각돼 있다. 이 불상은 삼존형식으로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중국의 남북조 시대 말기의 제주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오키드식물원
태안에 자리한 오키드식물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난·허브 식물원과 함께 전용 해수욕장, 전용 갯바위 낚시터, 전용 저수지 낚시터, 삼림욕장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뿐 아니라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갯벌 체험장도 있다. 천연 소금 만들기와 꽃 가꾸기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문의 041-675-3311, www.orchidtown.co.kr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도자연휴양림은 태안군 안면읍 소재지를 지나 방포 마을 벌판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송림 둔덕에 자리해 있다.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원스레 쭉쭉 뻗은 소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안에 있는 산림전시관에서는 목재 생산 과정과 목재의 용도, 산림의 효용 가치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전시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넘으면 숙박시설인 숲 속의 집들이 보인다. 숲 속의 집은 모두 18동이며, 개인 세면도구만 갖고 가면 된다.
문의 041-674-5019, http://www.anmyonhuyang.go.kr/

태안 제철 별미
태안의 여름철 별미는 우럭, 놀래미, 세발낙지 등이다. 우럭은 육질이 너무 연하지도 질기지도 않고 야들야들하게 씹히는 촉감이 좋다. 특별한 감칠맛은 없지만 부드럽게 입 안을 감돌면서 넘어가는 맛이 특징인 놀래미도 제철을 맞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다른 생선과 달리 잡히는 양도 많지 않고 양식도 되지 않아 태안에서 먹는 놀래미는 십중팔구 자연산이라고 믿으면 된다. 얼마 전부터 태안군 원북·이원면 지역 갯벌에서 잡히기 시작한 세발낙지도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별미다. 한 마리가 통째로 입 안에 쏙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고 갯벌에서 자라 부드럽고 연하다. 조개구이와 붕장어구이가 기본인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찾아가는 방법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서산IC 혹은 해미IC로 빠져 서산을 거치면 태안이 나온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인성욱
취재 도움 / 노윤경(태안해안국립공원 탐방시설팀)·태안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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