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공원과 운동장은 운동하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공을 차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달리거나 걷는다. 달리기와 걷기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른 운동법은 몸과 마음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두 전문가는, ‘달리기’와 ‘걷기’에도 ‘왕도’가 있다고 말한다.

달리기, “‘힘들다’는 느낌 들지 않도록 40분 정도”
이홍열 교수(46)는 현 KBS 마라톤 해설위원이고 마라톤 전문 사이트 런조이닷컴의 대표다. 전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출신으로, 1984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14분 59초의 기록으로 ‘15분대의 벽’을 넘어선 80년대 마라톤 스타이기도 하다. 1983년 해밀턴 국제마라톤대회에서는 2시간 17분 41초로 우승했다.

“운동을 위해 걷거나 달리는 사람이 많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파워워킹’의 위험성부터 지적하고 나섰다.

“파워워킹은 위험합니다. 방법 자체가 운동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널리 확산되는 과정에서 논리적, 단계적인 설명이 안 됐어요. 무조건 아령이나 덤벨을 들고 걷도록 권했습니다. 그 방법으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십상입니다.”

모든 운동은 초보자를 배려해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한다. ‘파워워킹’은 그러나, 근육량이 적은 주부나 초보자들이 처음부터 시도하기에는 무리한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3일만 하면 팔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나중에는 팔을 흔들지도 못하죠. 5일 정도 같은 방법으로 무리해서 운동하면 물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파워워킹’은 좋은 방법이지만, 초보자들이 1~2kg 무게의 덤벨을 들고 걷는 것은 위험하다. 흔히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몸이 뻐근하고 근육이 아프다. 그런 느낌이 들어야 ‘운동 좀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지만, 이홍열 교수는 ‘몸이 아프거나 무리가 간다면 운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운동 욕구를 떨어뜨리고 몸에 무리가 가 역효과가 난다는 설명이다. 초급자가 파워워킹을 할 때는 빈손으로 시작해 팔을 흔들 때도 최대한 가볍게,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입문
무턱대고 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초보자는 우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당뇨, 고혈압, 요통, 관절염, 심혈관 질환 등이 있는지를 먼저 점검하고, 해당 질환이 있으면 달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먼저 몇 개월 동안 ‘천천히 걷기’를 통해서 근력과 몸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면서 서서히 달리기로 입문하는 것이 좋다.
“달리기를 한다면 최소한 30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워밍업까지 생각하면 40분이 좋죠. 워밍업은 걷기입니다. 3~5분을 걷고 달릴 수도 있고,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10분을 걸을 수도 있죠. 느린 걸음 5분, 빠른 걸음 5분입니다.”

달리기 5단계의 설명이 ‘약간 힘들게’, ‘편안하게’처럼 애매한 이유는, 사람마다 근육의 상태와 운동 능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러닝머신 위를 달릴 때처럼 정확한 시속을 정해놓고 달리는 것은 개인에 따라 무리가 될 수 있다.
“술도 적당히 먹으면 보약이 되죠. 하지만 어른이 권한다고 해서 억지로 먹다 보면 토하고, 그만 먹고 싶고, 밤에 잠도 안 오고 몸이 괴롭잖아요.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리하면 힘이 빠지죠. 건강 상태와 체력 상태에 맞게 ‘무리 없이’ 달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힘들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40분 정도 달린다고 생각했을 때, ‘힘들다’고 느껴지는 정도까지 달리면 역효과가 난다. 자신의 체력과 근력이 얼마나 좋은지 판단해서 계획을 세운다. ‘남들 뛰는 만큼’ 달리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단계를 지켜 천천히, 부드럽게 끝까지 달리는 것이 관건이다. 근육에 무리가 간다고 느껴지면 회복 워킹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 달리기를 완전히 마무리했을 때 ‘약간 힘들다’는 느낌이 들도록 달린다. 5단계인 쿨링다운이 끝날 때까지 ‘약간 힘들다’는 정도를 넘으면 안 된다. 그래야 ‘달리기의 재미’를 느끼면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걷기,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첫 번째”
‘걷기’만큼 자연스러운 운동도 없다. 한국걷기연맹 윤선출 사무총장(37)은 “걷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자세”라고 말한다.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이 된다. 걷기는 극히 기본적이고 정상적인 삶의 일부다. 부담 없이 즐겨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기에 올바른 자세가 있는 것처럼, 걷기도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자연스러운’ 자세가 가장 좋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걷기’가 좋은 이유는 ‘마음의 여유’ 때문이다.

“걷기를 즐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마음가짐입니다. 여유죠. 두 번째가 즐거운 마음을 갖게 도와주는 환경입니다. 가장 좋은 곳은 숲입니다. 맑은 공기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걸을 때 효과는 극대화되죠.”

몸의 70% 이상은 수분이다. 맑은 산소를 공급해줘야 우리 몸을 이루는 수분 또한 깨끗해진다. 깨끗한 몸과 마음은 ‘건강’과 직결된다.

윤선출 사무총장 역시,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파워워킹’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파워워킹은 ‘걷기’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겁니다. 즉, 근육의 운동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죠. 원래 있던 방법입니다. 손에 물건을 들고 걸을 때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팔의 근력’입니다. 그러나 중량 선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해요.”

걷기의 목적은 팔의 근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근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팔굽혀펴기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마사이워킹’도 마찬가지다. 마사이 족만의 특별한 보법은 없다.

“아프리카에서 그들이 걷는 것을 봤습니다. 마사이 족은 하체가 길고 몸이 큽니다. 용맹한 부족이죠. 그들은 살기 좋은 땅을 찾아서 이동합니다.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습니다. 걸어서 이동합니다. 하지만 그들만 많이 걷는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의 모든 부족이 많이 걷지요. 마사이 부족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마사이워킹’이라는 이름이 붙은 겁니다.”

걷기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음먹고 ‘달리기’하려면 조깅화와 운동복을 갖추고 인근 공원이나 운동장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걷기는, 출퇴근길이나 등굣길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직장에서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것도 좋은 운동이 된다. 장 보러 가는 길도 좋은 코스가 될 수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공원이나 교외로 나가 기분을 낸다. 운동 강도나 효과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부담을 갖는 순간 효과는 반감된다. 걷기를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보폭도 넓어지고 속력도 붙는다. ‘걷기’는 ‘마음과 몸의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걷다가 쉬고 싶은 곳이나 몸이 ‘쉬고 싶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다는 것도 걷기만의 매력이다.

“언론에서 홍보하는 운동법은 수치, 성과 위주입니다. 그러나 걷기에 성취감이나 도전의 개념이 개입하면 위험합니다. 100km씩 걷는 사람들이 있어요. 잠 안 자고 걷고, 그런 것이 뭐가 좋겠습니까. 몸을 망치는 길입니다. 일단 즐기는 것이 중요해요.”

걷기 운동은 마라톤과 조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윤선출 사무총장에 따르면, 추세는 조깅에서 걷기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에 비만인 사람 많습니다. 바로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망가집니다. 걷기를 통해 충분히 몸을 만들고, 그 다음에 뛰어야죠. 걷기는 금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욕구가 사라져요.”

‘걷기’ 자체에 스트레스는 없다. 경쟁도 아니고, 승패도 없다. 자신과도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이 ‘걷기’다. 마음을 비우고 걷는 것이 중요하다. 걸으면서 내면과 대화하고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

“‘걷기’는 사색의 여유를 줍니다.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내 몸의 기운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생각도 깨끗해지죠. 그런 의미에서 시작해야 오버페이스 하지 않습니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경쟁이지만 걷기는 ‘몸과 마음의 조화’예요. 갖가지 무예를 익히고 안 해본 운동이 없지만 저는 걷기가 제일 좋습니다.”

‘달리기’와 ‘걷기’는 분명 다른 운동이지만 두 전문가의 조언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는 ‘의욕이 앞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흠뻑 땀을 흘리고 성취감에 잠들고 일어난 이튿날 아침, 온몸의 근육이 아프다. ‘운동의 흔적’이 남았다며 뿌듯해하는 것도 잠깐이다. 무리한 스케줄은 운동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린다.

3개월치를 미리 끊어놓은 피트니스 클럽에는 몇 번이나 나갔는지, 비싸게 구입한 스포츠 센터 회원권은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운동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회원권이 아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하겠다는, 그리고 성급하게 효과를 기대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달리기’와 ‘걷기’는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선택은 당신 몫이다. 마음이 동했다면 한번 들러보자. 런조이닷컴(www.runjoy.com), 한국체육진흥회(www.walking.or.kr). 각각 달리기와 걷기에 대한 사려 깊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성원·원상희

자신을 가꿀 준비가 되어 있는 당신의 선택은?

달리기 5단계

1단계 ‘편안하게’ 5분간 걷는다. 허리를 펴고 턱은 당긴다. 팔은 편안하게 앞뒤로 흔들며 여유 있는 자세로 걷는다.

2단계
약간 힘들게 걷는다. ‘약간 힘들게’는 ‘근육에 통증이 오지 않는 범위’를 말한다. 근육의 가동 범위 안에서 보폭과 속력을 높여 관절이나 인대가 뻐근하지 않을 정도로 5분 더 걷는다.

3단계 ‘달리기’를 시작한다. 속도는 1단계의 걷기 속도와 같다. 달린다고 해서 무조건 속도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1단계 걷기 보폭의 반으로, 종종걸음을 하듯 가벼운 보폭으로 뛴다. 1단계의 속도, 1단계 보폭의 반으로 2단계 정도의 에너지 소모를 한다고 생각하며 달린다. ‘편안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속도와 보폭이다. 그러나 에너지 소모는 2단계 걷기의 세 배에 이른다. 3단계부터는 시간이 관건이다. 자기 능력에 맞게 달리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도 모르게 속도가 빨리지고 가동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약간 힘들다’고 느껴지면 다시 2단계로 걷는다. 이때의 걷기는 ‘회복’이다. 회복 시간은 1분일 수도, 2분일 수도 있다. 초급자의 경우, 2단계와 3단계를 병행해 40분을 채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달 정도 되면 거의 걷는 시간이 없다. 처음부터 가볍게 뛰게 된다. 더 빨리, 더 멀리, 오래 뛰게 된다.

4단계 이미 수십 분 동안 걷기와 달리기를 병행해 압박감을 주면서 움직여왔기 때문에 몸이 운동에 적응된 상태다. 이때 보폭을 50cm 정도 더 넓힌다고 생각한다. ‘빠른 걸음’ 정도의 부하가 근육에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50cm’인 이유가 있다. 40cm 보폭으로 달리면 발바닥 전체가 동시에 땅에 닿는다. 땅과 발이 만났을 때 소리가 난다. 마찰력도 강하다. 몸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땅과 발의 마찰이 있으니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간다. 50cm 보폭일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는다. 달릴 때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무릎에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땅을 차면서 뛰는 것이 아니다. 시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릎을 들었다 놓는다는 느낌으로 반듯하게, 가슴을 내밀고 턱은 당긴 채로 달린다. 달리기 자체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5단계 쿨링다운(Cooling Down). 중요한 단계다. 달리면서 커진 보폭과 늘어난 인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절하며 제자리로 돌린다. 천천히 보폭을 줄이면서 늘어난 맥박수도 안정 맥박수로 떨어뜨린다. 최하 5~10분 정도 지속한다. 결과적으로, 근육과 인대의 피로를 덜어주는 과정이다. 쿨링다운을 통해서 다음날 컨디션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근육의 피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바람직한 걷기 방법

1 등줄기와 허리를 똑바로 뻗고, 배의 근육을 등쪽으로 당긴다.
2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고 턱은 가볍게 당긴다.
3 시선은 10~15m 전방을 유지한다.
4 팔을 크게 흔든다. 90도가량 굽히고 앞뒤로 크게 흔든다.
5 효과적인 보폭은 신장×0.45다. 보통 터벅터벅 걸을 때는 신장의 37% 정도 보폭이지만 걷기 운동에서는 신장의 45%까지 넓게 걷는 것이 이상적이다. 신장이 170cm라면 76.5cm의 보폭을 유지한다. 보폭은 뒷발 엄지발가락에서 앞발 끝까지를 잰다.
6 걸을 때 엉덩이에 손을 대고 근육이 잘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7 걷기에도 준비운동이 중요하다. 몸을 덥게 하고 근육을 풀어준다. 준비운동은 몸에 ‘이제부터 운동을 시작한다’고 건네는 인사다(목과 허벅지, 옆구리 근육을 가볍게 풀어주고 제자리에서 뛰는 방법으로 몸을 덥힌다).

걷기의 효능

걷기의 효능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 ‘걷기’는 ‘몸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이다.
▶30분 정도 걸으면 머리로 올라가는 혈류량이 30% 증가한다. 혈류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심장이 온몸에 피를 올려 보내는 방출량이 늘었다는 뜻이다. 즉, 심장의 근육이 강해졌다는 의미. 심장 근육은 ‘발’의 활동에 의해서만 훈련이 된다.

▶손과 발에는 모세혈관의 70%가 모여 있다. 인간이 가장 많이 움직이는 손과 발에 온몸의 상응점이 몰려 있다. 따라서 손과 발을 적절하게 움직이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병을 막고, 치유하는 정화 기능이 있는 것. 손과 발을 균형 있게 쓰는 것은 인체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걷기’는 자연스럽게 발을 자극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걷기를 통해 발을 자극해 심장의 근육이 튼튼해지면, 맑은 피가 뇌에 이르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 정화된 혈류가 온몸을 돌면서 노폐물이 정화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헝클어져 있던 몸의 기능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는다.
쪾 걷기의 운동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습관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야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 걷기 운동의 시작을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체크포인트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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