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엄마들은 ‘좋은 엄마’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엄마’ 역할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억지로 ‘좋은 엄마’가 될 필요는 없다.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 교육법」(한스미디어)의 저자 가와구치 만 에미가 전하는 ‘엄마 체질’ 아닌 엄마의 자녀 교육 노하우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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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행복하게 보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그런데도 많은 엄마들은 자신의 욕심과 불안감 때문에 자신과 자녀를 불행하게 만들며 살고 있다. 억지로 ‘완벽한 엄마’가 되려 하지 말라. 그저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서 엄마가 행복을 느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편해야 아이도 편하다
아이의 인생 무대에서 엄마가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훌륭한 조연을 둔 주역은 확실히 빛이 난다. 하지만 그 조연 역할이 체질에 맞지 않는 엄마가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엄마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그 불똥은 자식이나 남편에게 튄다. 그러다 보면 결국 집안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당신이 속이 곪아터지도록 참고 견디며 자녀 양육에 매달린다고 해서 반드시 그에 상응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상받을 수 없는 쓸데없는 노력은 그만하고,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된 유쾌한 엄마로 있으면 된다.
저자는 ‘엄마가 가장 편한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자’는 신념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최근 2~3년 동안은 딸 셋에게 집을 맡기고 혼자 일본으로 떠나기도 했다(일본인인 저자는 현재 독일에 살고 있고, 남편은 외국에서 근무 중이다). 집을 비운 2주일 정도야 아이들이 무엇을 먹든 그다지 큰 악영향은 없을 테고, 더구나 엄마가 집에 없다고 해서 아이들이 크게 불편할 것도 없으리라고 여긴다.
엄마 없이도 돌아가는 가정 만들기
저자의 셋째 딸이 열 살 되던 무렵, 저자의 목표는 ‘엄마가 없으면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라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엄마 없이 기능하는 가정 만들기’였다. 말하자면 가정 내에 ‘엄마가 없으면 안 돼’ 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것. 그러한 상황이 아주 조금이라도 펼쳐지게 되면 당연히 ‘엄마’라는 존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집에 죽치고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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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놓고 어떻게 느끼느냐는 사람들 각자의 마음이겠지만 저자는 비난의 소리만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무슨 일’이라는 것은 엄마가 집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도 일어나려면 얼마든지 일어나기 때문. 일 때문이든 놀러 가든 자식을 둔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엄마가 할 일은 제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비는 것뿐.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아이
저자는 “딸에게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교육시키겠노라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나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신세 지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아이라는 생명체는 터무니없이 많은 보살핌을 끝없이 필요로 한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이 딱 질색인 사람은 원칙적으로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봐야 한다. 이런 엄마들에게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아이가 절실하다.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아이’를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할 때면 그야말로 ‘세월아 네월아’ 아닌가. 제 딴에는 열심히 하고 있겠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는 속이 확 뒤집어질 정도다. 게다가 가끔은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기까지 한다. 하지만 엄마가 온갖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사이, 아이들은 정말 놀랍게도 여러 가지 것들을 혼자서 ‘척척’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녀 앞에서 설교하지 마라
부모의 결점을 자식이 고스란히 닮고 태어난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외모와 같은 표면적인 것이라면 ‘뭐,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끝나지만, 성격이나 버릇이 자신과 쏙 빼닮으면 사실 좀 심란해진다. 예를 들어, 딸들이 정리정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엄마인 내게서 물려받은 성격이라고 생각할 때 “정리 좀 해라!”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낯 뜨거운 일 아니겠는가.
정작 부모 자신은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서 항상 자식 앞에서 설교조로 말한다면 결국 ‘자식 농사’는 망치게 된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부모야말로 자녀 교육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엄마의 걱정이 오히려 아이를 망친다
세상에는 아주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온갖 걱정에 사로잡힌 심리상태란 한마디로 말해 더없이 고통스러운 스트레스 원흉이나 다름없다. 또 걱정하는 사람 못지않게 괴로운 사람은 걱정 상대다.
한순간에 걱정덩어리가 되어버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해주는 것이 고맙기는커녕 그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은 아무 잘못도, 어떤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간접적으로 누군가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장본인이 되어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비난의 화살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간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부모가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면 자식은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로, 또는 걱정거리 축에도 못 끼는 것으로도 사사건건 걱정덩어리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억울한 판에, 부모가 이것도 애정의 증표이니 감사해하라고 생색낸다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엄마라면 적어도 자녀들에게 이런 불합리한 생각만큼은 갖게해선 안 된다. 자식과 엄마 모두에게 해롭기 때문이다.엄마 또한 필요 없는 걱정으로 인해 마음고생은 물론이고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체력 낭비 따윈 결코 하지 말기를. 자식에 대한 사랑 표현은 걱정하는 것 말고도 찾으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있다.
똑똑한 아이보다는 행복한 아이가 되도록
‘똑똑한 아이’는 정말로 행복할까? 하긴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똑똑한 아이’는 부모에게 큰 자랑거리며 마음 든든하고 기분 좋은 존재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 본인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똑똑한 아이’는 당연히 행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똑똑한 아이냐, 똑똑한 아이가 아니냐는 부모의 주관일 뿐이며, 행복하다고 느끼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아이의 주관이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냉엄한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행복의 감정은 점점 멀어져간다. 그러므로 엄마는 아이가 부모의 둥지에 머물러 있는 동안만이라도 아이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행복의 뿌리를 심어주어야 한다.
어린 날 누렸던 행복은 삶의 에너지다.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이 아이의 가슴속에 녹아 숨 쉬고 있다면 그 아이는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행복을 선사하는 것은 부모 몫이다.
■ 정리 / 김민정 기자 ■일러스트 / 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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