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영어교육이 영어거부증의 원인,
아이의 언어발달 수준과 흥미 고려해야”

아이들의 취학 전 영어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부작용이 늘고 있다. 그중 영어만 나오면 귀를 막아버리는 ‘영어거부증’이 가장 흔하다.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영어교육을 아이가 거부한다고 안 시킬 수도 없으니 엄마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 일이다. 영어거부증은 왜 생기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아동발달 상담 전문가에게 그 해결책을 들었다.

영어거부증은 유아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엄마라면 한번쯤 겪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작년에 조선일보가 조기영어교육 커뮤니티 쑥쑥닷컴(suksuk.com)과 함께 3백59명의 엄마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7%가 ‘자녀가 영어거부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말 비디오를 틀어달라고 조른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영어거부증을 경험한 아이들의 수는 더 많아진다.

영어거부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우리말로 물어보면 제법 대답을 잘하다가도 영어로 물어보면 영어를 알아들어도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이다. 영어책을 보려 하지 않는 것도 그중 하나. 심한 경우에는 엄마가 영어로 말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울고,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에 갈 시간만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하기도 한다.

아동발달 상담 전문가들은 단지 영어를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담소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아이가 보이는 문제행동 뒤에 과도한 영어교육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아이가 영어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는 행동은 매우 흔하고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의 성격이 예민하거나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영어교육을 강행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전문가들은 그런 행동으로 인해 아이가 영어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언어능력, 사고능력 등 전반적인 성장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어를 거부하는 아이의 속사정
영어를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모두 영어거부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만 6세 이전 아이들의 경우,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익힐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도 있다. TV나 잡지에는 외국 한번 나가지 않았어도 영어 이야기책을 줄줄 읽고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소개된다. 그러면 왜 많은 아이들이 영어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되는 걸까?

인간발달복지연구소 김경진 소장은 아이마다 언어발달의 속도와 타고난 언어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언어발달이 빠른 아이들은 엄마가 영어를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을 먹기 이전에 우리말을 잘 알아듣고 유창하게 말할 줄 아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은 적절한 자극만 주면 영어도 우리말처럼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영어를 습득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이중언어 환경이나 익숙하지 않은 영어에 보다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

만 3세 언어민감기, 인지 수준에 못 미치는 영어학습이 답답
아이라라아동발달연구센터 김미영 소장에 의하면 아이들이 영어를 처음 거부하는 시기는 대체로 만 3세 전후이다. 물 먹고 싶으면 ‘물’, 배고프면 ‘맘마’라고 말하던 아이가 만 2세 무렵에는 ‘물 주세요’ ‘맘마 주세요’ 하고 문장으로 말한다. 이 시기만 해도 필요한 것만 요청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만 3세 전후가 되면 9백~1천3백개 낱말을 구사할 정도로 언어가 발달해 그동안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봇물 터지듯 쏟아놓게 된다. “엄마, 왜 해가 빨갛지요?” “나뭇잎들은 계속 굴러다녀서 어지럽겠다” 등 아이다운 순수한 말로 엄마를 감동시키는 것도 바로 이 시기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언어의 민감기’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유아 영어교재들이 이 시기에 맞춰 개발돼 있고, 엄마 입장에서도 아이가 우리말을 제법 유창하게 하니까 영어학습을 시작하려 하는 시기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아이들은 언어뿐만 아니라 인지능력과 주도성도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전에 ‘빨갛고 동그랗게 생긴 것은 사과’ ‘바퀴가 달린 것은 자동차’ 등 단순한 도식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말했다면 이 시기에는 ‘사과란 과일은 맛있고,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얀 색이야’라는 식으로 개념적인 이해를 하게 된다는 것.

인지가 발달하면서 아이들은 궁금한 것,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하게 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고력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때 ‘사과는 애플’ ‘자동차는 카’ 하는 식의 영어단어를 주입시키면 아이는 흥미를 느낄 수 없다. 아이는 사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영어로는 표현할 수 없고, 엄마가 하는 말도 속 시원히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답답함을 느낀 아이가 영어가 싫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 5~6세, 영어는 불편하고 어려운 것
유치원에 다닐 시기인 만 5~6세, 우리 나이로 6~7세 무렵에는 또 다른 이유로 영어거부증이 나타난다. 이 시기 아이들은 사고력이 급속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제법 논리적으로 자신감 넘치게 말한다. 날마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깨달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확인하고, 인정받고 싶어 끊임없이 조잘대는 것이 이 시기 아이들이다. 그런데 영어로 이야기하도록 요구받을 때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지 못해 답답하고 불편하다. 또 자신의 질문에 엄마가 영어로 답할 경우 속 시원하게 이해가 되지 않아 힘들고 결국에는 엄마에게 분노를 느끼게 된다.

영어를 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유치원 아이들을 보면 “태양은 지구보다 훨씬 크대요” “야후 꾸러기에 진짜 재미있는 게임 있다” 하면서 자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이 시기 아이들의 특징인 것. 그런데 자신이 엄마보다 형편없는 영어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경우 아이에게 영어는 자랑할 만한 거리가 안 된다. 따라서 아이들은 ‘어차피 엄마도 다 아는 것’ ‘말해봤자 다시 말해보라고 할 것’이라는 생각에 굳이 말할 동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영어거부증을 경험한 아이들
윤찬이(5세·가명) 엄마는 윤찬이를 낳기 전에 이미 인기 있는 영어 스토리북을 갖춰놓을 정도로 영어교육에 관심에 많았다. 백일이 지나면서부터 영어동요를 틈틈이 들려주고, 가끔 영어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두 돌이 지나 웬만한 말귀는 다 알아듣고, 제법 말도 할 수 있게 되자 아이가 영어만 나오면 신경질을 내며 거부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영어로 물어보면 악을 쓰고, 영어책을 펼치면 집어던지는 지경에 이른 것.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영어비디오, 남자아이들 대부분이 푹 빠진다는 영어게임 CD까지 이것저것 사줬지만 반응이 없었어요. 게임 CD의 경우 CD 한 장에 여러 가지 게임이 있는데 오락 성격이 강한 게임은 하면서도 학습 성격이 강한 게임은 단번에 싫다고 하더라고요.”

윤찬이 엄마의 말이다. 조기 영어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평소 생각해왔던 윤찬이 엄마지만 지금은 윤찬이 앞에서 영어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포기한 상태다.

재희(7세·가명)엄마는 취학 전에 어설프게 영어교육에 투자했다가 성과를 보지 못한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봐왔다. 그렇다고 영어교육을 아예 안 시킬 수는 없어 유아영어 포털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정보를 모아 4세 때부터 직접 영어공부를 시켰다.

“영어교육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엄마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나름 감각을 가질 수 있었죠. 기본 영어 실력도 탄탄한 편이어서 직접 시키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었어요.”

단어카드를 만들어 집 안 살림에 붙여놓기도 하고 여러 엄마들이 추천하는 스토리북, 비디오, 오디오테이프를 구해 틀어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것이 신기한지 아이가 잘 따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어 이야기책을 읽어주면 점점 영어책을 덮고 한글책을 읽어달라고 하거나 DVD를 우리말로 틀어달라는 요구가 늘어났다.

“이건 한국말로 뭐냐고 자꾸 물어요. 영어로 물으면 일부러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요.”
재희 엄마는 일단 영어교육을 중단한 상태다. 아이가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친구네 집에 있는 한 방문학습 교재를 재희가 관심 있게 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이 또래의 등장인물이 나와 온갖 장난을 벌이는데,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들이었다. 재희 엄마는 은근슬쩍 그 교재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엄마, 이 이야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나도 사주세요.” “어, 영어로 나왔는데?” “영어라도 괜찮아요.”
당장 그 교재를 구입했고, 매일 잠들기 전 5분씩 그림책을 보면서 테이프를 함께 듣고 있다. 영어거부증을 경험한 뒤로 재희 엄마는 단지 아이와 함께 듣기만 할 뿐 내용을 물어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민준이(8세·가명)는 여섯 살까지 일반유치원에 다니다가 일곱 살에 영어유치원으로 옮겼다. 원어민 선생님과 매일 5~6시간씩 수업하면 영어실력이 자연스럽게 늘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게다가 놀이식으로 접근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스트레스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예상과는 달리 민준이는 영어유치원으로 옮긴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다. 또 집에서는 영어로 물어봐도 짜증만 낼 뿐 전혀 영어로 말을 하지 않았다.

“교재를 펴보면 아주 가관이었어요. 오히려 예전에는 알파벳을 제법 잘 썼는데 교재에 쓴 걸 보니 날아가는 글씨로 쓴 것이, 쓰기 싫은 흔적이 역력했어요.”

민준이 엄마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것은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나서였다. 다른 아이를 발로 차서 아이 눈에 멍이 들었다는 것.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 그동안 두세 차례 다른 아이를 때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어유치원에 다니기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당황한 민준이 엄마는 당장 상담센터를 찾았다. 전문가는 영어유치원 수업 내용을 민준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그것이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고민 끝에 다시 일반유치원으로 옮겼고, 민준이의 신경질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민준이는 근처 학원에서 4명이 그룹을 이뤄 하는 영어수업을 받고 있는데 여전히 영어를 싫어한다. 며칠 전 눈을 깜빡이는 틱증상이 생겼는데 영어수업을 중단하자 틱증상은 사라졌다. 민준이 엄마는 영어유치원에 보낸 것이 요즘 후회스럽다.

영어거부증을 예방하려면
엄마가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야 한다

만 5세까지가 언어발달의 민감기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 시기를 놓치면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하는 엄마들이 많다. 엄마들이 영어를 배울 때 딱딱한 문법책으로 어렵게 배웠는데도 막상 외국인의 간단한 질문에도 선뜻 대답하지는 못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가 영어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영어공부를 망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만 5세까지는 언어만 급속하게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인지능력 등 여러 측면의 능력이 함께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자칫 ‘만 5세’에 연연해 아이를 다그치다 보면 다른 발달과제를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영어에 대한 흥미도 영영 잃게 될 수 있다.

영어도 언어이므로 아이의 언어능력이 발달하면 영어를 쉽게 익힐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만 5세 이전에는 노력에 비해 영어학습 효과가 아주 적고, 더디게 나타나므로 유아 영어교육 무용론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므로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말고 느긋하게 마음먹어야 한다.

아이의 호기심을 일으켜라
아이는 호기심을 느끼는 것을 자발적으로 탐색할 때 높은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학습 시작부터 끝까지 엄마 혼자 주도해서 아이에게 주입시키는 경우 아이의 호기심이나 자발성이 개입될 여지는 거의 없다. 아이에게 영어 이야기책을 읽어주기 전에 아이가 읽어달라고 조를 때까지 그림만 보여준다든지, 아이에게 비디오를 틀어주기 전에 엄마 아빠가 먼저 재미있게 보는 것은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아이가 호기심을 느껴 “엄마, 나도 읽어줘” 하면서 스스로 알아보려고 하는 경우 엄마가 주도적으로 읽어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아이에 맞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교육에 대한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언제부터 영어공부를 시킬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작 시기에 정답은 없다.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아이 발달단계, 기질, 흥미를 고려해서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말 배우기 이전에는 틈틈이 영어노래를 틀어주면서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하고, 아이의 언어발달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엄마가 적극적으로 아이 말을 따라 하고, 반응하면 언어발달에 훌륭한 자극이 된다. 아이가 언어발달이 또래와 비교해 빠르고, 이해력이나 표현력, 유창성 등이 뛰어나다고 느낄 때는 만 3세 이전에 놀이식으로 수업하는 영어학원이나 영어유치원, 방문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별 문제없이 따라간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말이 늦고 소극적이거나 기질이 예민한 아이들은 섣불리 접근하기보다 전적으로 아이가 흥미를 보일 때 시작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발달수준과 흥미도 중요하다. 이미 우리말 백과사전을 줄줄 읽는 유치원생에게 영어를 처음 시작한다고 해서 동물그림과 단어가 적힌 그림책을 보여준다면 전혀 흥미를 끌 수 없다. 차라리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나오는 이야기나 동물 이야기라도 숲에 사는 동물, 바다에 사는 동물 등 주제를 가진 그림책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유치원 고를 때 유아교육 전공자 있는지, 재미있게 하는지 살펴본다
무조건 원어민들이 가장 우수한 영어교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유치원 시기에는 영어뿐 아니라 어느 과목이든 해당 과목에 대한 실력보다는 아이의 발달 특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얼마나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하는가, 아이의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다루느냐가 훨씬 중요한 교사의 자질이다. 영어유치원의 경우 영어에 충분히 노출될 수 있고, 전문적인 유아영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원어민 교사들은 유아교육 전공자가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한국인 교사가 있다고 해도 유아교육 전공자보다는 TESOL 자격증 등 영어 관련 자격을 더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이가 잘 따라가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언어발달이 늦거나, 소극적인 성격 등 다른 원인으로 인해 수업이 버거울 경우 아이를 정서적으로 격려하고 지지해줄 교사가 있는지 꼭 살펴봐야 한다. 또 읽기, 쓰기를 강조하는 학원이나 유치원은 아이의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어려운 경우 아이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혹시 영어거부증?
□우리말이 늦게 트였다.
□우리말은 할 줄 알지만 유창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영어로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영어학원 갈 시간에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선생님이 때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영어학원 혹은 유치원에 다니고 나서 신경질이 부쩍 늘었다.
□영어책을 보면 덮어버리는 등 영어에 대한 혐오감을 나타낸다.
□엄마가 영어로 말하면 울거나 하지 말라고 한다.
□영어학원이나 영어유치원에서 다른 아이와 자주 싸운다.

*2개 이상이면 영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영어거부증이 시작됐다면

영어학습을 일단 중지한다 유아기 영어교육의 가장 큰 목표는 ‘영어는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영어에 대해 거부감을 보일 때 억지로 하는 것은 절대 금물. 이때는 엄마가 한 발 물러서서 영어학습을 일단 중지해야 한다. 영어학습을 중단할 때 엄마는 아이보다 더 큰 부담을 갖게 되므로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영어학습을 중단했다가 엄마의 주도로 다시 시작하는 경우 같은 거부감이 반복될 수 있으므로 중단하는 동안에는 아이에게 드러나지 않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붙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영어로 묻지 말고 부부가 영어로 대화한다 영어거부증이 심하지 않고, 영어로 묻는 것에 답을 하지 않는 정도일 때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에게 영어로 묻는 것이 아니라 부부끼리 묻고 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이에게는 영어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영어에 대한 노출은 계속할 수 있다. 또 부모가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다. 부부끼리 영어로 대화하기 어려운 경우 인형이나 화분 등 사물에 말을 걸고 답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자신감을 심어준다 “사과가 영어로 뭐더라?” 하면서 아이가 잘 아는 영어를 모르는 척하고 물어본다. 아이가 ‘애플’이라고 답하면 “이야,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하면서 칭찬한다. 엄마가 모르는 것을 자신이 안다는 것은 아이에게 굉장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영어를 더욱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동기를 불어넣는다.

한솔교육문화연구원 엄윤주 연구원이 제안하는 재미있는 영어학습법 두 가지

엄마가 직접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면, 가르치기 이전에 영어습관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습관환경이란 아이가 영어에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노출되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아이가 영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갖게 된 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각 영역을 일주일에 3번 이상 10분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오디오를 10분 정도 들었다면 수요일에는 들은 것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10분, 금요일에는 이야기책 읽는 시간을 10분 정도 가진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노래나 이야기를 듣고 그림자처럼 따라 하는 것이 섀도잉(Shadowing)이다. 영어노래나 챈트를 들려준 뒤 정확하게 한 단어씩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리듬 단위로 따라 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turn, off, the, light’의 개별 단어가 아니라 ‘turn off the light’ 덩어리째로 듣고 따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된다. 섀도잉을 하면 영어 소리의 흐름에 익숙해지게 되고 영어 유창성을 길러줄 수 있다.

쓰기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미취학 연령에는 본격적인 쓰기에 앞서 같은 알파벳끼리 연결해보기, 그림과 연결된 단어 줄긋기 등의 선행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림 받아쓰기는 아이와 함께 따라 했던 노래나 이야기책에서 나오는 단어를 불러주고 아이가 그림으로 그려보게 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foot’(발)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아이는 ‘발’ 그림을 그리면 된다. 엄마는 아이가 그린 그림 옆에 해당하는 단어를 적어준다.

기획 / 김민정 기자 쭕 글 / 박은영(자유기고가) 도움말 / 김경진(인간발달복지연구소)·김미영(아이라라아동발달연구센터)·엄윤주(한솔교육문화연구원) 모델 / 김현겸 사진 / 원상희,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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