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날개를 펴고 푸르디푸른 바닷속을 마음껏 오가는 물고기처럼 울릉도는 동해바다 끝,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자리에 우뚝 솟아 있다. 이곳에서부터 2시간을 더 달려야만 닿을 수 있는 독도가 사실상 우리나라 동쪽 끝 섬이겠으나 그곳은 일반인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에겐 울릉도가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섬인 셈. 그래도 차마 잊지 못하고 울릉도를 찾는 사람들은 성지순례를 하듯 독도로 향한다. 출렁이는 바다에 몸을 싣고 괴로움을 참아가며 울릉도보다 먼저 솟아올라 우리의 땅이 된 그리운 섬 독도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관문 ‘도동’에 발을 딛다
카페리에 몸을 싣고 3시간여를 달려 울릉 땅에 처음으로 내려서는 곳은 도동항이다. 항구 가득 오가는 사람을 맞이하러 온 울릉 사람들이 가득하다. 천천히 인파를 뚫고 나와 길을 따라 걸으면 도동항을 품에 안듯 깎아지른 절벽이 눈에 띈다. 이 절벽 꼭대기에 울릉도에서 가장 오래된 향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2천5백 년 넘게 살아온 향나무가 행여 바람에 다칠세라 넘어지지 않도록 보조 장치를 해놓았으니 찾기 쉬울 것이다.

절벽 아래는 온통 기념품 상점들이다. 울릉도 사람이 아닌 관광객을 위해 존재하는 마을인 듯 도동은 온통 관광 상품으로 넘쳐난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넓지 않아 차가 다니는 길도 아까운 듯 최소한의 폭으로 만들어진 도로, 그 길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찬 식당들, 이곳이 아니면 머물 숙소가 없다는 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여관들….

하지만 한 골목만 옆으로 비껴나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좁다란 골목길 안에 자리한 소박한 반찬가게, 생활공간인 집 창문 아래 핀 작은 꽃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릉 군민을 돌보는 군청을 비롯한 관공서 등 울릉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번잡함을 피해 자리하고 있는 것.

이런 까닭에 자칫 도동은 볼거리 없는 울릉도의 관문 마을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도동엔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다. 선착장에서 행남등대까지 이어지는 좌안해안산책로, 철분 성분이 강해 톡 쏘는 물맛을 내는 도동약수, 울릉도 사람들의 개척 당시 생활을 보여주는 향토사료관, 독도를 침범한 왜적들에게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각서를 받아낸 안용복장군충혼비, 날씨 좋은 날이면 독도를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독도전망대, 독도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독도박물관 등이다.

도동에서 국토 최동단 독도를 배우다
도동 관광의 출발점은 약수공원이다. 물맛 좋은 울릉도에서 굳이 약수라는 이름을 붙여놓은 곳이니 반드시 물 한 모금 먹어볼 것. 이곳에 안용복장군충혼비도 있다. 충혼비 옆에는 ‘안용복은 조선 숙종 때의 동래 어민이며 능로군에 속해 있던 미천한 사람이었으나 독도영유권을 확보하는 데 큰 공을 세웠으며 후세 사람들이 장군이란 칭호로 불렀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아이들의 교과서에도 나오는 안용복의 활동은 독도박물관에서 상세히 알 수 있다. 연중 독도에 대한 사료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에 안용복이 왜적을 어떻게 물리쳤는지, 어떤 동선으로 움직였는지가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안에는 독도의 지형구조물도 축소 전시되어 있다. 모두 돌아본 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방문 기념 스탬프도 찍어볼 것. 이곳까지 왔다는 추억이 될 것이다. 2007년 개관 10주년 특별기획전인 ‘무릉도원을 찾아 동해의 섬으로’가 연말까지 열린다. 독도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설·추석 연휴와 신정 공휴일에는 쉰다. 관람료는 무료. 문의 054-970-6423, www.dokdomuseum.go.kr

박물관을 나와 다음으로 갈 곳은 망향봉 정상에 자리한 독도전망대다. 해발 340m 위치에 자리한 독도전망대에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이, 뒤로는 울릉도의 주봉인 성인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이곳에서부터 87.4km 떨어진 독도를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12월과 1월엔 독도 뒤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을 만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른다. 전망 망원경으로 독도를 바라보면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독도의 태양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로 가는 길도 재미있다. 가파른 울릉도의 지형을 커버하기 위해 전망대까지 직선거리 512m를 이어주는 독도 해돋이 전망 케이블카가 다니는 것. 남녀노소 누구나 아름다운 울릉도와 독도 전망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울릉군이 몇 해 전 케이블카를 놓았다고. 케이블카의 운영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다. 전망대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것은 물론 일몰 이후 바다에 피어나는 어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이용료는 어른 7천5백원, 어린이 5천원이다. 쉬는 날은 없다. 문의 054-791-7160

바다를 달려 독도와 조우하다
이들을 모두 돌아보고 나면 직접 독도 땅을 밟지 못했다 해도 그 땅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생겨날 것이다. 그럴 땐 주저 없이 독도행 배에 몸을 싣고 떠나자. 출렁이는 바다를 2시간여 달려 해저 약 2,000m에서 솟은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화산섬 독도를 만날 수 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뉜다. 두 섬 사이에는 촛대바위, 미륵바위, 권총바위, 삼형제굴 등의 기암괴석들이 동서도와 어우러져 멋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배들이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이 있는 곳이 동도이다. 이곳에는 독도를 수비하고 있는 해양경비대가 머물고 있다.

선착장에 서서 건너편에 있는 서도를 바라보면 섬 아래 작은 집 한 채가 보인다. 독도 주민으로 독도에 살면서 어업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김성도·김신일씨 집이다. 집 앞에 작은 쪽배가 없으면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간 것으로 알면 된다. 이들은 가끔 선착장에 배가 들어오면 동도로 건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독도에는 하루 동안 선착장에 내릴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 일일 입도 인원 총 1,880명, 1회 입도 인원 440명이다. 도동항에서 독도로 가는 삼봉호의 정원은 210명이므로 입도하지 못할 염려는 없으나 카페리로 들어갈 경우 독도를 선상에서만 보고 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독도까지 2시간 10분을 달리는 삼봉호는 울릉도와 독도를 하루 2번 잇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오전 7시 30분,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한다. 비수기에는 부정기선으로 운항하므로 선사(독도해운 054-791-8111)로 출발 여부를 문의한 뒤 선착장으로 갈 것. 삼봉호 승선료는 어른 3만7천5백원 청소년 3만3천4백원, 만 2~12세는 2만3천원이다. 상세한 독도 정보는 사이버독도(www.dokdo.go.kr)를 참고할 것.

화산섬 울릉도에서 맞이하는 해넘이
한 해를 마감하는 울릉도의 해넘이는 서면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오후 녘이 되면 천천히 서쪽으로 길을 향하자. 도동에서 천부를 오가는 군내 버스를 타고 가다 남양을 지나 구암 가기 전 어느 곳에서든 내리면 된다.

조금 이른 시간에 버스를 탔다면 남양에서 내려 울릉도 호박엿공장을 둘러보자. 운이 좋다면 공장 마당 가득히 쌓여 있는 울릉 호박을 만날 수 있다.

원래 울릉도 호박엿이란 말은 실제 엿을 가리키는 건 아니었다고 한다. 울릉도의 호박이 그냥 죽을 쑤어도 엿처럼 달아 호박엿이라고 불렀다는 것. 실제로 울릉도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던 엿은 오히려 옥수수엿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외지 사람들의 바람이 실려 울릉도는 실제 호박을 고아 만든 진짜 호박엿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호박엿은 지금껏 울릉도의 효자상품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원재료 값이 많이 들어가는 호박엿의 단가를 맞추지 못해 운영적자를 보던 울릉농협의 호박엿공장을 (주)도담원(054-791-4787)이 인수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품의 질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좀 더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개발해 적자를 면하고 새롭게 공정을 기계화해 호박엿 만드는 과정에 불필요하게 투입되었던 인원을 줄여 정상 운영하게 된 것.

한국식품개발연구소의 연구로 만들어진 유일한 호박엿으로 호박이 35%나 들어가는 이곳의 호박엿은 이에 들어붙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장을 찾아가면 호박엿 만드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단체로 갈 경우에는 견학 예약을 할 것. 주말과 법정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나면 서서히 태양이 내려앉는 것이 보인다. 서쪽으로 길을 잡아 걸어가면 일몰 포인트인 구암리가 나온다. 통구미라고 부르는 구암리는 거북이 굴처럼 생긴 통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양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이 거북바위를 배경으로 지는 해와 노을을 감상해보자. 하늘에 낀 적당한 구름이 환상적인 그림을 보여줄 것이다.

12월의 해넘이는 늘 자신의 한해살이를 되돌아보게 한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보내는 한 해의 삶을 정리하는 것. 바다 속으로 지는 해에 지난 아픔과 힘듦을 실어 보내자.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기 위해 활짝 기지개를 펴 온몸으로 태양에너지를 들이마시는 것도 잊지 말자.


여행 정보
◆ 주변 볼거리 ◆
좌안산책로와 대풍령 울릉도에는 온 섬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해안산책로가 있다. 도동선착장에서 행남등대로 이어지는 좌안산책로와 태화 몽돌해수욕장의 끝부분에서 태화등대로 가는 대풍령이 그곳이다. 좌안산책로는 바다를 바로 곁에 두고 난 좁은 산책로로 바위를 깎고 동굴을 통과하며 바다 위로 놓인 다리 위로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행남등대까지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이곳에 비해 대풍령은 험난한 절벽길이다. 아슬아슬하게 바위 옆에 매달린 난간을 따라 올라가면 깎아지른 절벽 위를 걷게 되는 것.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올라가지 말 것. 대풍령 입구의 황토굴도 눈여겨보자. 바위절벽과 이어진 황토굴은 울릉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 맛집 ◆
울릉도에는 가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을 때 울릉도 사람들이 뜯어 먹고 목숨을 이었다는 명이나물이 있다. 나리분지 산마을식당(054-791-4643)에서는 명이나물이라 불리는 산마늘을 제철에 뜯어 절여놓았다 상 위에 올린다. 이 밖에도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쑥부쟁이나물 등 다양한 나물 반찬이 한상 가득 올라온다. 명이나물과 함께 먹는 울릉도 한우인 약소를 맛볼 수 있는 암소한마리(054-791-4898), 홍합밥으로 유명한 보배식당(054-791-2683) 등이 울릉도 맛집이다.

◆ 잠잘 곳 ◆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에 자리한 대아리조트는 2004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식당, 회의실 등을 갖춘 울릉도 유일의 호텔이다. 절벽 위 해안에 자리하고 있어 풍광도 아름답다. 11월 초~3월 말까지 객실 이용료는 크기에 따라 9만5천원~25만원 선이다. 문의·예약 02-518-5000, http://www.daearesort.com/

◆ 찾아가는 길 ◆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는 묵호와 포항에서 출발한다. 묵호에서 출발하는 한겨레호는 울릉도까지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요금은 1등석 기준 편도 어른·청소년 4만5천원, 만 2~12세 2만2천5백원이다. 포항에서 출발하는 선플라워호는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요금은 1등석 기준 편도 어른 5만4천5백원, 청소년 5만4천원, 만 2~12세 어린이 2만9천9백원이다. 포항에서는 차를 싣고 갈 수도 있다. 울릉도에 LPG주유소는 없으므로 LPG 차량은 가져가지 말 것.
배 운항시간은 월별, 요일별로 조금씩 다르다. 또 바다의 기상 상태에 따라 운항하지 못하는 날도 있으니 반드시 출항 여부를 확인한 뒤 출발할 것. 운항시간 문의와 티켓 예약은 대아고속해운(포항 054-242-5111, 묵호 033-531-5891, http://www.daea.com/)이나 연안여객선승선권 인터넷 예약·예매 홈페이지(http://www.seomticket.co.kr/)에서 할 수 있다. 묵호에서 출발하는 배 시간에 맞춰 서울-묵호 간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셔틀버스 문의 예약은 대아리조트(02-518-5000)로 할 것.

기획 / 김민정 기자 글&사진 / 한은희(여행 작가) 사진 / 정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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