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이나 미술 경매는 일부 부유층이 향유하는 문화인 것처럼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요즘 미술품이 부동산, 주식 다음의 투자처로 각광받으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MBC 시즌제 드라마 ‘옥션하우스’. 미술 경매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이 드라마의 힘을 빌리는 건 어떨까?

Part 1 드라마로 알아보는 경매 이야기
30~40억이 한순간에 오고가는 경매장

차연수(윤소이 분)는 한국의 가장 큰 경매 회사인 월옥션에 입사한다(윤소이 분). 사라진 고흐의 그림이 어떤 사람의 손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녀가 처음으로 계약한 그림이 20억을 호가한다는 사실에 놀라는데….

최근 한국인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는 고흐의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이라는 작품이 3천억원을 호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드라마에 나온 20억 작품은 이에 비하면 평범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그림 경매는 이렇듯 ‘억 ’소리가 나오는 작품만 경매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비싼 미술품들이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을 뿐, 실제로 경매에 나오고 팔리는 작품은 중저가인 경우가 많다. 2005년 한 해 동안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국제 경매 시장에서 팔린 작품의 80% 이상이 1만 달러(약 9백만원) 미만이었고, 2천 달러(약 1백80만원) 미만인 작품도 50%를 넘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다.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5백만원 이내의 작품을 위주로 하는 경매와 전시가 많아졌다.

미술시장의 암적인 존재, 위작
점차 경매 일이 익숙해지고 있는 연수. 그러나 그녀가 위작 작가의 딸이라는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그녀는 민 이사(김혜리 분)에게 기회를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다. 이때 김우찬 화백의 제자가 최근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된 김우찬 화백의 그림이 위작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연수가 위작 작가의 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그림을 맡기겠다는 사람들이 급감하는데….

“위작 작가의 딸이라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이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은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극적 설정일 뿐입니다. 실제로 이 때문에 회사에서 쫓아내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러나 미술계에서 위작이란 굉장히 예민한 부분입니다. 위작이라는 논란이 생기면 미술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죠.”

드라마의 책임 프로듀서인 손형석의 말이다. 위작 논란은 미술계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최근 전대미문의 대형 스캔들에 휘말린 이중섭, 박수근의 작품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이중섭의 작품은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위작에 유족까지 가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작이 많지 않은 이중섭과 박수근 화백의 경우 1천여 점 이상의 위작이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작으로 판명된다면 아무리 몇 백억원의 비싼 가격으로 구입한 작품이라 해도 그 순간 휴지조각이 되어버린다.

미술계의 큰손, 존재하나?
드라마에서는 두 명의 큰손이 등장한다. 국내 최대의 컬렉터이자, 베일에 싸인 인물인 손철만, 서울 갤러리 대표이자 화랑계의 큰손 노경자가 그들이다. 이들은 경매 때마다 편안한 VIP 룸에서 TV를 통해 경매 장면을 지켜본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전화로 유유히 낙찰한다.

지극히 드라마적인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실제로 미술계의 큰손을 모델로 했다. 실제로 값비싼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들은 세계뿐 아니라 국내에도 존재한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관장, 천안에서 아라리오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아라리오 그룹 김창일 회장 등이다. 세계 언론에서는 삼성과 김창일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어떤 작품을 사는지 주시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는 점점 젊은 컬렉터들도 조용히 미술계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해외 현대미술의 흐름을 국내에 소개하고, 작가들을 지원하는 화상(畵商) 역할도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작품도 있을까?
연수는 어느 날 손철만 회장이 가진 그림을 경매 물품으로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실패하면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 그런데 경매 물품은 다름 아닌 고아원에 있는 벽화였다. 그 벽화는 유명한 화가의 초기 작품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벽화도 경매 대상이 될까? 사실 현대작품 중에는 매매가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한 것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산, 들, 바다 등 자연을 소재로 하는 설치미술이다. 세계적인 부부 작가 크리스토와 잔느 클로드 부부는 2005년 ‘더 게이츠’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사람 대여섯 명이 동시에 드나들 만한 철골 구조에 주황색 천을 끼운 문 7천5백 개를 뉴욕 센트럴 파크 남과 북으로 36.8km에 걸쳐 16일 동안 설치했다. 이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하는 동안 어마어마한 인건비 등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작품을 팔지 않았다. 이들의 작품 중 플로리다의 작은 섬 주변을 분홍색 천으로 둘러싼 것도 있고 캘리포니아와 일본에서 각각 긴 산맥을 따라 천막을 두른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사고 팔 수 없는 작품들이다.

경매사, 그들은 누구인가?
드라마에서 연수의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민 이사(김혜리 분)는 월옥션의 이사이자 대표 경매사,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경매사다. 억대 연봉에 40이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아름답다. 그녀는 여대생이 뽑은 닮고 싶은 여성 1위의 주인공, 획기적인 기획력,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 능수능란한 화술, 돈 많은 컬렉터들과의 두터운 인맥, 뛰어난 순발력으로 3초 안에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눈치까지 경매사에게 필요한 모든 재능을 갖췄다.

완벽해 보이는 이 캐릭터 역시 실제로 있을 법한 인물이다. 경매장의 꽃인 경매사는 순발력, 재치, 지식, 매너를 겸비한 전문가여야 하기 때문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매에서 응찰자의 마음을 빠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질질 끌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정한 시점에서 물품을 낙찰시켜야 한다. 또 뉴스 시간 내에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앵커처럼 정해진 시간에 모든 작품의 경매를 마쳐야 한다.

경매사는 미술에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작품을 잘 알고 있어야 경매장에서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경매사가 될 수 있을까? 관련 자격증 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보통은 경매 회사에서 작품 판매를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로 경험을 쌓아 실력을 인정받으면 경매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Part 2 나도 그림을 구입해볼까?
그림, 어디서 구매해야 할까?

이제 그림과 경매에 어느 정도 지식이 생겼다. 그렇다면 어디로 그림을 사러 가야 하나? 그림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드라마처럼 경매 회사나 화랑, 아트페어 등이다. 아트페어란 수많은 화랑들이 각각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들을 골라 내놓는 장터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작가나 화상을 직접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트페어는 그림을 구입하는 곳이지 감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랑은 화가들이 작품을 가져와 원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장소다. 화랑은 그림을 팔아 작가와 화랑이 나누어 갖는다. 이에 비해 경매는 화랑이나 소장자들에게 그림을 구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작품이 아무리 비싸게 팔려도 작가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 작품은 소장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보 컬렉터들은 어디에서 그림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바로 경매장이다.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나오며, 경매에서 산 작품은 나중에 되팔 때 큰 무리가 없다. 화랑에서는 화랑 주인과 화가가 값을 결정하는 것에 비해, 경매에서는 소비자가 값을 조정할 수 있다. 때문에 그림의 가격이 비교적 투명하지만, 분위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간혹 터무니없이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는 서울옥션과 K옥션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서울옥션은 1998년, K옥션은 2년 전인 2005년에 설립됐다. 이 두 회사는 두 달에 한 번 경매를 열고 있지만, 중간에 특별 경매를 열기도 한다. 경매 일정은 그때그때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 공지되므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수시로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그림 구입 가이드
그림을 구입하고 싶지만, 얼마나 투자해야 좋을지 난감하다. K옥션의 김순응 대표는 본인 한 달 월급 수준 작품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는 미술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총자산의 10%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손형석 프로듀서는 “미술 투자는 주식과 같이 장기 투자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경제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1년에 한두 번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10만원, 1백만원을 투자해 구입한 작품으로 큰돈을 벌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크게 오르지도 않을뿐더러, 오르더라도 나중에 되팔 때 경매 수수료 8~15%를 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조선일보 문화부 미술 담당 이규현 기자는 저서 「그림 쇼핑」에서 컬렉팅을 시작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베스트 5를 꼽았다.

컬렉팅을 시작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베스트 5
1 작가의 이름에 현혹되지 마라. 같은 값이면 유명 화가의 B급, C급 작품보다는 무명 화가의 A급 작품이 훨씬 낫다.
2 예산 상한선을 둬라. 정말 이 작품 없이는 못 살겠다는 정도가 아니라면, 충동구매로 비싼 그림을 샀을 때 나중에 후회하기 쉽다. 특히 경매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기록을 경신하는 행위는 초보자에게는 금물이다.
3 판화라는 이름이 붙은 인쇄물에 속지 마라. 천경자, 이중섭처럼 판화 작품을 하지 않은 유명 작가의 유화나 채색화를 고급스럽게 인쇄한 판화는 미술 작품으로서 투자 가치가 전혀 없다.
4 테마 마케팅을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수묵화만 모은다, 나는 정말화만 모은다 하는 식으로 장르별이나 주제별로 특화된 미술 컬렉팅을 하면 재미도 있고 컬렉션의 질도 좋아진다.
5 전문가의 조언은 당연히 듣되, 나에게 맞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좋다고 권유하더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집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은 사지 않는 것이 좋다.

글 / 두경아 기자 참고 도서 / 이규현의 「그림쇼핑」(공간사, 2006)
도움말 / 손형석(옥션하우스 프로듀서) 사진 / 이명헌 사진 제공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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