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을이다. 청명하고 드높은 가을 하늘, 훌쩍 떠나고픈 계절이다. 가까운 사람과의 소중한 시간이 딱 그리울 무렵이다. 평소보다 조금 과한 듯 차려 입어도, 혹은 편안한 차림으로 나서도 좋을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 7곳을 엄선했다.

신예 작품 상설 전시, 정형을 탈피한 대안 공간
갤러리 현

적벽돌의 클래식함과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이 조화로운 이곳은 신예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대안 공간이다. 직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꾸몄다는 공간 곳곳에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6미터 깊이의 고풍스러운 지하 케이브와 3층의 프러포즈 공간, 특별한 모임을 위한 4, 5층 테라스가 인기다. 특히 유념할 것은 계단을 지날 때는 매달 바뀌는 벽면의 전시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 엄선한 와인 1백80여 종을 갖추고 있는 와인바지만 레스토랑답게 음식 맛도 수준급이다. 파스타가 특히 반응이 좋으며 해 질 무렵의 풍경이 가장 환상적이라는 것이 스태프의 귀띔. 메인 메뉴 4만원 선, 런치 메뉴 1만~2만원대, 코스 요리 6만~8만원.

문의 02-722-0701
찾아가는 길 삼청동길 따라 삼청파출소 지나 좌측의 빨간 벽돌건물
영업시간 낮 12시 ~ 밤 11시

1 버터크림 소스에 채소로 속을 채운 가자미만두. 2·3 새로 단장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지하 케이브. 4 탁 트인 테라스에서 삼청동의 가을을 만날 수 있다.

합리적인 이탤리언 타파스 레스토랑
Le Petit Cru(르 프티 크루)
삼청동을 찾는 미식가들이 눈과 입의 호사를 동시에 누리는 곳이다. 지난 4월 오픈했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 비결은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 맛이 훌륭하다는 점이 우선이겠고 포스터와 빈티지 가구들로 꾸며 ‘작고 예쁜 포도원’이란 뜻의 상호처럼 세련됨과 편안함을 동시에 갖춘 분위기도 한몫한다. 여러 요리를 조금씩 맛보면서 스페인 방식으로 즐기는 메뉴 ‘타파스’와 이탤리언 요리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다. 숯 그릴에서 구워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부드러운 양고기스테이크와 선데이 브런치가 각광받는 아이템. 타파스 1만원대, 메인 메뉴 2만~3만원대, 브런치 세트 2만원대, 세트 메뉴 3만~7만원대(부가세 별도).

문의 02-722-0650
찾아가는 길 삼청동 초입에서 삼청동사무소 지나 옆 건물 몽인아트센터 3, 4층
영업시간 낮 12시(일요일은 11시) ~ 밤 12시(휴일 10시)

1 테라스에 서면 가을바람에 취할 수 있다. 2 세련된 인테리어와 빈티지 가구가 잘 어우러진 내부. 3 마영범 교수가 디자인한 몽인아트센터 외관. 4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인 게살케이크.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방, 시와 낭만이 있는
더 소호
20년간 그림을 모은 컬렉터 이승신씨가 ‘슬로 푸드’를 지향하며 만든 레스토랑이다.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그림 감상을 돕는다. 단순한 밥 한 끼가 아닌, 문화적인 여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장소다. 게다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조용하고 편안해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테라스 창을 열면 낙엽이 쏟아져 들어와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음식 또한 레스토랑 분위기만큼 담백하다.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며 조미료를 넣지 않아 담백하고 질리지 않는다. 현재 고 손호연 시인을 기리는 시화전이 한창인데, ‘일본의 국시’라 불리는 ‘와카’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시인의 체취가 곳곳에 배어 있다. 특별한 날을 위한 이벤트 룸에서는 피카소와 샤갈의 진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매일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오늘의 메뉴’가 맛있다. 파스타 2만~3만원대, 추천 요리 3만원대, 세트 메뉴 3만~9만원대.

문의 02-722-1999
찾아가는 길 경복궁역에서 사직공원 방향으로 오다 월드마트 앞에서 우회전
영업시간 낮 12시 ~ 밤 12시

1·2 3백년 된 기왓장스테이크와 유기농 단호박수프. 3 1층 홀에서는 때때로 음악회가 열린다. 4 유품과 책, 시와 그림이 관람객을 맞는 전시 공간. 5 고 손호연 시인의 시와 그림으로 이뤄진 시화전이 한창이다.

가나아트센터 내 조용하고 고즈넉한 갤러리
빌 레스토랑

독립된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평창동을 대표하는 가나아트센터의 내부에 있어 함께 전시장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멀티 공간이다. 내부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작품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다. 예술인들이 단골 목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일 터. ‘빌’이란 이름은 건물을 디자인한 빌 모떼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스테이크의 경우 치즈나 허브 등 향신료를 응용한 4가지 조리법이 있어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빌만의 자랑. 와인도 2백여 종을 갖추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데 수익금은 자선단체를 통해 좋은 일에 쓰인다. 메인 4만원대, 런치 세트 3만~6만원대, 디너 세트 5만~12만원대.

문의 02-3217-1090~1
찾아가는 길 자하문터널 지나 평창동 올림피아호텔 가기 전 우회전, 가나아트센터 1층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1 탁 트인 야외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식사할 수 있다. 2 종이로 만든 엘비스 프레슬리. 장난기 어린 작품이다. 3 내부는 전시를 돋보이기 위해 정갈하고 단정하게 꾸몄다. 4 빌에서만 마실 수 있는 와인 란자라, 라벨은 사진가 배병우씨 작품. 5 육질이 부드러운 흑소 안심스테이크.

쌈지길의 새 명소, 느긋한 독서와 수다 즐기는
갈피
오픈한 지 두 달 남짓인 북카페 갈피는 인파로 번잡스러워진 쌈지길의 거의 유일한 휴식 공간이자 문화 공간이다. 4층 전면의 나무 인테리어가 눈에 띄지만 막상 들어서면 화려하기보단 소탈하고 편안하다. 책과 음료를 즐기면서 대화도 나누는 ‘만남의 공간’을 자처하는 주인장의 배려가 돋보인다. 또 하나 갈피만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긴 통나무 테이블과 휴대폰 통화를 위해 따로 설치한 통화 부스. 3백여 권의 신간과 베스트셀러, 잡지를 맘껏 볼 수 있으며 음료 구입시 도서 가격의 15% 할인 혜택이 있다. 아메리카노 4천원, 직접 원두를 갈아 마시는 캡슐 커피 4천5백원, 허브차와 요구르트 6천원 선.

문의 02-725-0223
찾아가는 길 안국역과 종로 2가 사이 골목에 있는 쌈지길 4층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밤 9시

1 책 읽다 산책하기 좋은 야외 테라스. 2 창밖으로는 쌈지길 전경이 보인다. 3 전화 통화를 위해 마련된 부스. 4 책 한 권, 차 한 잔이면 더 부러울 게 없다. 5 바 형태로 된 테이블과 책장.

빈티지 가구와 인테리어 가득한 ‘디자인 뮤지엄’
aA카페
인테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라면 꼭 한번 들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지난 4월 고가의 빈티지 가구를 즐길 수 있는 카페를 1층에 오픈했고 10월 중 가구를 테마로 한 ‘aA 디자인 뮤지엄’이 문을 열 계획이다. 이탤리언 음식점을 경영하는 김명한씨가 20년에 걸쳐 유럽을 돌며 수집한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는 카페는 그저 잠깐 구경만 하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또 ‘1900년대 유럽’이 컨셉트로 낡고 빛바랜 빈티지 가구와 층고가 높고 웅장한 건물이 인상적이다. 가구뿐만 아니라 건축 인테리어 오브제부터 조명까지 아이템도 다양하다. 전문가와 바이어, 가구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홍대 앞에 자리한 새 명소다. 아메리카노 4천원, 클럽 샌드위치 8천원, 하우스와인 5천5백원 선.

문의 02-3143-7312
찾아가는 길 홍대 정문에서 극동방송국 방향 ‘요기’ 앞 우회전해 ‘퀸스랜드’ 끼고 좌회전 영업시간 낮 12시~ 오후 12시

1 영국 조명디자이너 톰 딕슨의 ‘미러 볼’과 소파의 붉은 색감이 인상적. 2 드높은 천장과 각양각색의 테이블 의자가 인상적인 카페. 3 선호도 높은 덴마크 가구디자이너 ‘핀율’의 의자. 4 사장 김명한씨가 직접 디자인한 카페와 박물관 전경.

조각품 감상하며 여유 즐기는 도심 속 쉼터
성곡미술관 카페

원래는 조각공원 내의 작은 전통차 카페였는데 최근 통유리가 돋보이는 새 건물을 지었다. 분위기가 다른 두 곳이 함께 있어 그중 한 곳을 고르는 묘미가 생겼다. 곳곳의 조각품들이 나지막한 언덕과 어울려 있는 카페는 도심 속 오아시스와 다름없다. 미술 관람객과 아마추어 사진가,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휴식 같은 분위기는 메뉴로도 이어진다. 위에 부담이 적고 카페인 함량이 낮은 독일산 달마이어 원두를 쓰는 커피는 잠이 안 오는 등의 후유증이 덜하다. 공원에 단풍이 깃들어도 예쁘지만 비 오는 날 운치가 더한다. 미술관장이 직접 구운 월넛쿠키가 유명하며 머그 한가득 넉넉한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여유와 즐거움이 있는 곳. 커피 5천~6천원대, 치즈토스트와 쿠키(3개) 2천원, 케이크 4천원대.

문의 02-736-3993
찾아가는 길 광화문에서 서울역사박물관 가기 전 오른쪽 골목 성곡미술관 뒤뜰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6시

1 선호도 높은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 ‘핀율’의 의자와 통유리로 새로 단장한 카페 모습. 2 미술관장이 직접 구운 쿠키와 카페라테. 3 계절의 변화와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 내부. 4 테이블이 4개뿐인 옛 카페가 훨씬 운치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진행 / 위성은(프리랜서) 사진 / 원상희·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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