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병원을 찾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여성만의 병원이라는 산부인과에 가는 것은 특성상 선뜻 나서기 어렵다. 만약 환자가 미혼의 여성이거나, ‘임신과 출산’ 외의 문제로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면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러워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최혜영 원장에게 듣는 내 몸을 더욱 사랑하는 법.

정기적인 산부인과 방문, 선택 아닌 필수

산부인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병원 가기를 꺼리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최근 주 진료과목인 부인과 외에도 비만 관리, 미용 관리 등 여성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관련 분야들을 함께 다루어 환자들이 보다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여성 전문 클리닉’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구로점에 이어 강남점을 개원한 ‘최혜영 산부인과’도 그중 하나. 산부인과의 문턱이 낮아졌다기보다는 대중적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최혜영 원장은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 질환이라는 것은 자궁, 난소, 유방 등 생식기에 국한된 질병뿐 아니라 갑상샘, 뇌하수체샘 등 내분비 이상이 생식기에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를 모두 포함합니다. 그런데 내분비 장애나 우울증 같은 질환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여성 생식기 질환은 진행이 된 뒤에도 거의 드러나지 않아 병이 있는 것도 모른 채로 방치할 수 있다는 게 문제예요.”

여성의 생식기는 남성처럼 밖으로 돌출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있어 습하고 따뜻한 데다 한 달에 한 번씩 자궁에서 출혈이 있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구조다. 따라서 대표적인 여성 질환인 질염, 골반염의 경우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써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정작 병에 대한 여성들의 경각심은 낮은 편이어서 자궁경부암 같은 경우 여성암의 20% 이상을 차지, 우리나라 여성의 주된 사망 원인이 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검사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여성이 흔하다고.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세포가 정상세포에서 암세포로 진행하는 데는 7~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요. 암으로 진행하기 전에만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죠. 그런데 산부인과에 오는 것이 부끄럽다는 이유로 병을 오랫동안 방치하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아요. 성관계 경험이 있다면 최소 1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하는 게 좋습니다.”

자궁 내 환경이 안 좋아지면 세포가 변형되기 쉽기 때문에 여성이 출산을 많이 할수록, 성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잠자리 파트너가 많을수록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은 더 높아진다. 바꾸어 말하자면 나이 든 주부일수록 더 자주 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노화가 되면 자연히 암 발생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대개 주부들은 아기를 낳고 나서는 산부인과와 담을 쌓는 경우가 많아요. 건강을 지키려면 자궁암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해요.”

여성이 경계해야 할 질환은 비단 암만이 아니다. 여성 4~5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한다는 자궁근종은 초기에는 전혀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복통이나 출혈 발생으로 병원을 찾으면 이미 크기가 커진 경우가 많고, 너무 흔해 별거 아니라고 여기는 생리불순도 결국 배란 장애와 관련이 있어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 최 원장의 설명. 다시 말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몸의 가벼운 증상이나 반응도 시시각각 애정을 가지고 돌봐주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자유분방한 성생활의 확산으로 번지고 있는 성교전파성질환(STD)도 여성들이 주의해야 할 질환. 우리가 흔히 성병이라고 알고 있는 이 질환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질환으로 성행위를 통해 전파된다. 일반적으로 성기의 접촉이나 입이나 항문을 통해 전염되지만 사면발이 같은 경우에는 타월이나 속옷, 카펫 등에서 옮기도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남성 요도염의 5~10%, 여성 질염의 60~90%가 감염이 되어도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이라는 사실이다. 무증상 감염은 여성의 경우 질염이 있어도 질 분비물이 조금 증가하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이 없고, 불편하지도 않으므로 치료 시기를 놓쳐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강에 좋은 것이 자궁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결혼을 앞둔 여성의 경우 정기적인 산부인과 방문은 필수적이다. 임신을 위해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자궁, 난소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항체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흔하게 검사하는 항체가 B형간염과 풍진 항체다. 만약 산모가 임신했을 때 이 두 항체가 없다면 태아에게 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 주사를 맞아둔다.

또 간단한 피검사 및 소변검사, 세포진검사, 초음파검사를 하는데 대개 피검사를 할 때에는 빈혈이 있는지 여부와 간, 신장 기능은 괜찮은지 여부도 함께 체크한다.

초음파검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골반 안의 구조물, 즉 자궁의 몸통과 나팔관, 난소를 확인할 수 있다. 가끔 증상이 없는데도 자궁에 근종이 생기거나 난소에 물혹이 생기고 나팔관이 막혀 물이 차는 것 등은 초음파로 검사하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려운 질환이다.

그렇다면 여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점들은 무엇일까.
우선 꼭 끼는 옷이나 코르셋, 팬티라이너 등의 사용을 줄이도록 한다. 질 안에는 혐기성 세균이 살고 있는데 이것은 통풍이 안 될 때 불어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생리 중에 외음부가 헌다면 면 생리대를 사용해보도록 한다.

또 목욕탕이나 반신욕 등으로 질 속에 물이 들어가면 질내 산성 환경이 깨지면서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유의한다. 간혹 청결하게 한다고 질 속까지 손가락을 넣어 씻는 여성도 있는데 그러한 행위는 질 속의 다른 좋은 균을 줄여 혐기성 균을 불어나게 하고, 결국 질염을 발생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남성의 정액은 여성의 경부세포에 좋지 않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임신 계획이 없다면 부부 사이에도 가급적 콘돔 사용을 생활화한다.

“면역력 저하로 인한 염증과 세포 변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탐폰과 같은 질내 삽입물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용변을 본 뒤에는 반드시 앞에서 뒤쪽으로 닦도록 합니다. 비데나 쑥찜이 여성에게 좋다고 하니까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물을 많이 접하면 질염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요.”
최 원장은 아울러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도 여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모든 부분에 걸쳐 여성들은 산부인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떤 여성의 경우 20대 젊은 나이에 노인의 골지표를 보이거나, 비만으로 생리불순을 심하게 겪기도 해요. 산부인과는 이렇게 여성과 여성의 생식기에 관한 모든 질환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곳이에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발병 여부를 체크하고, 완치 여부를 확인해 건강한 삶을 꾸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에 대한 조바심은 지나칠수록 좋다고 했던가.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더 친근하게 느끼고 자주 찾게 되길 기대해본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곽소경(자유기고가)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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